이한동 국무총리가 6일 총리직 잔류를 택한 것은 자신의 정치적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한 포석과 함께 김대중 대통령의 강력한 권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민련으로 복귀했을 경우 자신의 입지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다분히 반영된 결정이다. 이 총리는 지난 4일 오전 총리직 사표를 제출한 직후부터 자신을 총리로 천거한 자민련으로의 복귀와 정치적 실리를 얻을 수 있는 총리직 유임을 놓고 장고를 거듭해 왔다. 때문에 DJP간 치열한 줄다리기 속에서도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을 계속 유보해 왔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김덕봉 공보수석을 통해 "내각을 통할해온 총리는 일단 유임해 주기를 바란다는 김 대통령의 간곡한 뜻을 따르는 것이 고위공직자의 도리라고 판단했다"고 잔류 이유를 설명했다. 이 총리는 이어 "탈당은 하지 않기로 했다"며 자민련 소속으로 남을 뜻을 밝히면서도 "금명간 김종필 명예총재를 만날 계획은 없다"고 아리송한 태도를 취했다. 이 총리는 또 "(거취문제를) 오늘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으나,잔류 결심은 지난 4일 자민련 총재직 사임 후 고향인 포천으로 내려갔을 때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그는 이 지역의 한 행사에 참석,현정부의 치적을 적극 홍보했다. 특히 "햇볕정책은 성공했다"고 못박아 자민련의 입장과는 거리를 두는 발언도 했다. 그는 다음날인 5일 자민련 김 명예총재의 강력한 복귀 요청에 한때 흔들리기도 했으나,그 직후 청와대 한광옥 비서실장을 만난 후 잔류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그날 저녁식사를 함께하자는 다른 자민련 인사들의 요구를 뿌리치고 가족회의를 가졌으며,이때 총리직에 잔류키로 최종 결심을 굳혔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이 총리는 결국 JP와 자민련과의 '신의'보다는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실리'를 택한 것이다. 그러나 자민련이 '출당'조치 하겠다고 밝혔고,한나라당도 다양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어 정국은 급랭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