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민의 신뢰 높이려면..어수영 <이화여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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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영 < 이화여대 정치학 교수. 사회과학대학장 >
7일 내각이 부분 개편됐다.
이번 개각은,우리 헌정사상 두번째로 장관 불신임안이 통과돼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동안 있었던 개각과 다른 의미를 갖는다.
또 자민련과의 공조에 의한 내각 수립이 아닌,집권 민주당 독자적인 개각이기 때문에 책임정치가 분명하게 됐다.
통일부장관 불신임 표결 때 자민련 총재직을 맡고 있던 이한동 총리가 유임됐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 정치적 논쟁과 분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진념 경제팀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도 주목을 끈다.
남과 북의 긴장 완화,이산가족 상봉,남북경제 교류문제 등 남북문제가 산적해 있다.
또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로 야기된 일본과의 외교마찰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쌓여 있다.
그런가 하면 경제를 하루빨리 회복시켜 실업자수를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들은 '희망을 주는 내각'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보통 국민은 누가,어떤 사람이 장관이 됐는가에 대한 관심을 갖기보다 새로 임명된 장관이,새로 구성된 내각이 우리 보통 국민을 좀 더 편안하게,그리고 좀 더 경제를 활성화시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정치를 하느냐에 관심을 갖는다.
새로 장관에 임명되면 가장 경계해야 할 사항은 자신의 임기 중 무엇인가 새로운,가시적인 업적을 만들겠다는 유혹이다.
장기적인 국가 정책과제가 한 사람의 장관이 바뀜으로써 쉽게 변질돼 버린 사례를 우리는 수십년 동안 경험해 왔다.
물론 새로운 아이디어나 정책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의 공명심 때문에 단편적이고 전시적인 정책이 추진돼서는 안된다.
장관이 바뀌면 정책도 따라서 바뀌는 관행이 사라져야 국민들이 보다 편안하고,예측 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새 내각은 국민의 의사에 좀 더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과거의 내각이 국민의 의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남북문제 추진과정에서 그 방법의 차이로 개각이 야기됐기 때문에,햇볕정책 관련 장관은 보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또 국내 정치·경제 여건을 반영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국민의 동의와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우리 국민 중 북한 포용정책이나 햇볕정책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고 본다.
굶주리고 억압당하는 같은 동포를 도와주자는데 반대할 사람이 있겠는가.
다만 어떻게,어떤 절차를 밟아 도와주느냐 하는 방법론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보다 많은 의견을 수용하고 비판을 받아들일 때 국민의 지지와 동의는 넓어질 것이다.
장관은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 동의와 지지가 필요하다.
국민의 동의와 지지가 없는 정책은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새로 구성된 내각은 국민들에게 직접 대화하고 설득해서 동의와 지지를 구하는,보다 민주적인 장관이 됐으면 한다.
정부는 국민 위에 군림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장관은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보다 많이 들어야 한다.
새로 출범하는 내각은 국민에게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장관은 자기분야 행정의 최고책임자다.
자기 책임하에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할 수 있어야 하며,그 책임도 자기가 져야 한다.
지금까지 장관이 정책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스스로 물러난 예를 보지 못했다.
이것은 시행한 정책에 오류가 전혀 없었거나,아니면 책임을 진 일이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장관이 자주 바뀌어 책임한계가 불분명했을 수도 있다.
또 정책은 혼자 입안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원인이야 어떻든 잘못되면 결과에 대해 분명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새 내각에 바라는 또 한가지는 정책입안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자기 소신을 밝히는 장관이 많아졌으면 하는 점이다.
묵묵히 메모만 하는 장관이 아니라,찬·반 의견을 교환할 수 있고,때로는 반대의견을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장관이 많아지기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으면 한다.
syauh@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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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