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니게' 콜레라가 뉴스의 초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콜레라야 원래 여름에 주로 발생하는 것이니 '제철'이 아니란 뜻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명색이 선진국인 나라에서 저개발국에나 어울릴 법한 뉴스가 주요기사로 다뤄지고 있는 게 어처구니 없다는 의미다. 경북 영천에서 첫 콜레라 환자가 발생한지 일주일여 만에 전국적으로 1백명에 육박하는 환자가 생겼다. 콜레라는 '2차 감염'을 통해 환자 가족으로까지 번지는데다 감염 경로마저 다기화되는 추세다. 당국이 우려한 대로 콜레라가 10년마다 콜레라가 창궐한다는 '10년 주기설'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이번 콜레라 사태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은 비단 환자와 그 가족만이 아니다. 당장 횟집과 수산물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수산물 도매시장 거래량이 급감해 수산물 유통 관계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큰 피해는 국가 이미지 실추다. 선진국 클럽 가입국인 한국이 '콜레라 창궐국'이란 오명을 뒤집어 씀에 따라 무역이나 관광 부문에서 피해를 입을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한국을 여행할 때는 콜레라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국제적 수모를 안게 될지도 모른다. 더욱이 '한국 방문의 해'에,그것도 월드컵대회를 10개월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벌어진 사태이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손해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콜레라 사태가 확산된데엔 방역당국의 책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콜레라의 진원지인 경북 영천지역 식당에서 식사 뒤 설사 등 전형적인 콜레라 감염증상을 보인 환자가 발생한 시점은 지난달 14일. 하지만 실제 콜레라 환자로 보고되기까진 보름 이상이 흘렀다. 설사에 시달린 손님들의 항의가 잇따라 식당 문을 닫은 것은 30일이었다. 이 기간중 문제의 식당에서 식사를 한 사람은 2천∼3천명에 달한다. 허술한 국내 방역체계의 실상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당국이 올해가 콜레라 발생위험이 높은 해라고 예보해 놓고도 정작 예방이나 환자발생 후 초동조치엔 소홀해 사태를 키웠다"는 책임론은 어느모로 보나 타당성을 갖고 있다. 유병연 사회부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