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강조해온 '공평과세' 강화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유리지갑' 근로소득자들의 세 부담은 되레 대폭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근로소득자의 평균 임금상승률이 8%에 그쳤음에도 불구,세 부담은 1년새 18%나 높아졌다는 재정경제부 자료가 이같은 사실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근로소득자들에 대한 정부의 세금감면 규모가 적정수준에 턱없이 모자랐다는 얘기다. 근로자들의 임금상승률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과세구간을 조정하거나 소득공제,세율인하 등의 보완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중 과세구간 조정은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간단히 시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근로자들의 임금이 평균 1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 '1천만원 이하 10%,1천만원 초과∼4천만원 20%'식으로 돼 있는 과세구간을 '1천1백만원 이하 10%,1천1백만원 초과∼4천4백만원 20%'로 고치면 된다는 것.과세구간을 조정하지 않는다면 소득공제를 더 확대하거나 세율을 낮춰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7일 정부가 최근 추진 중인 소득세제 개편방안에 대해 "근로자의 세 부담을 줄이려면 근로소득세율 인하는 물론 과세표준액(과세구간)도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1996년 이후 물가상승률과 임금인상률을 감안해 과세구간을 현실화해야 할 것"이라며 "그간 연봉제와 성과급제가 도입되면서 고액 소득자가 증가했지만 과세구간의 조정이 없었던 탓에 중산층 근로자가 최고 과세구간에 접근하는 문제점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근로자들의 임금은 조금씩이라도 매년 올라가는데 정부가 소득세 과세구간을 그대로 둘 경우 과세구간 경계선을 넘어가는 근로자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 결과 이들은 종전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돼 세 부담이 급격히 커지게 된다. 경총은 대안으로 현행 근로소득세율 10%가 적용되는 소득구간 1천만원 미만을 1천4백만원으로,20% 적용 소득구간 1천만∼4천만원을 1천4백만∼5천6백만원으로,세율 30% 적용 과세구간 4천만∼8천만원을 5천6백만∼1억1천만원으로,세율 40% 적용 소득구간 8천만원 이상을 1억1천만원으로 각각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99년엔 1조4천억원의 근로소득세를 깎아줬지만 작년엔 아무런 경감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해명했다. 또 연봉 2천4백만원 이하인 저소득 근로자들의 세부담은 오히려 38%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많은 근로자들이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과세구간에 속해 있다는 문제점은 여전히 남는다. 정부는 올해 세제개편안에서도 세율 인하와 소득공제를 도입했을 뿐 과세구간에는 손대지 않아 최고 과세구간에 편입되는 근로자들은 내년에도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