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상하이(上海)증권가에 충격적인 루머가 돌았다. 스메이룬(史美倫) 홍콩증권감독위 부주석이 대륙으로 건너와 중국증권감독위원회 부주석에 임명될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증권 전문가들은 "설마 중국 땅에 인재가 없어 홍콩 사람을 데려오겠느냐"며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일부 증권업무 관계자들은 내심 불안해 했다. 홍콩증시에서 "철의 여인(鐵娘子)"으로 통하는 그가 중국에 온다면 증권감독 기능이 더 치밀해질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소문은 사실로 나타났다. 중국은 차관급 이상의 공직에는 외지인을 임명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고 외국인이나 다름없는 스메이룬에게 증감위 부주석직을 맡겼다. 그에게 첫번째 특명이 떨어졌다. '분식회계, 작전, 검은 돈 유입 등 중국 증시의 검은 세력을 일망타진하라'는 것. 홍콩에서 보여준 능력을 대륙에서 발휘해 보라는 주문이었다. 지난 97년 5월. 당시 홍콩증시의 일부 주가가 널뛰기를 하는 등 장세가 불안하게 움직였다. 증감위 상임이사였던 스메이룬은 작전세력이 움직이고 있다고 판단, 대대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결과 상장기업과 작전세력의 검은 고리가 줄줄이 딸려 나왔다. 그는 사건에 연루된 상장기업 69개에 대해 무더기로 거래정지를 명령했다. 증감위 직원들조차 예상치 못한 초강력 조치였다. 대륙으로 온 '철의 여인'은 지금 철권을 휘두르고 있다. 은행자금 불법 증시유입 차단, 기금 정리 등 지난달 증감위가 내린 증시개혁 조치는 그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최근 증권관련 한 세미나에서 "증시의 '4公(公平 公正 公開 公信)'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중국이 스 부주석을 베이징으로 부른 보다 궁극적인 이유는 증시 국제화에 있다. 그는 미국에서 유학을 마친 뒤 현지 법률사무소에서 7년 동안 일한 국제 법률전문가다. 그는 "증시개방은 시간과의 싸움일 뿐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임기(2년)안에 중국 증시의 틀을 국제시스템에 맞추겠다"고 선언했다. 스메이룬의 활약은 중국 '우먼파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중국의 각 방면에는 여지없이 여성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출근하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로 대부분의 여성들이 직장을 갖고 있다. 직장 여성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 여건이 조성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중국의 여성정책은 '婦女頂半邊天(여인들이 하늘의 반을 떠받치고 있다)'라는 말로 표현된다. 남녀평등이라는 뜻도 있지만 여성도 일을 해야 한다는 적극적 의미가 더 강하다. 부총리급 국무위원인 우의(吳儀.63)의 활약은 이런 중국의 여성정책을 대변하고 있다. 지난 93년부터 5년동안 대외경제무역부 부장을 지낸 그는 아직도 경제외교 일선에서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고 있다. 그가 지난달 중국 외국투자기업협회 소속 회원사들을 불렀다. "중국의 투자유치 정책이 바뀐다. 선진기술 및 경영기법을 들여오지 않는 투자는 앞으로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중국이 무조건 해외 투자가를 반기는 그런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 그는 3백여명의 해외투자 기업인들 앞에서 당당하게 중국 투자정책을 설명해 갔다. 업계에서는 패기와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신예 여성 기업가 군단이 형성되고 있다. 이들은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으로 정보기술 광고 유통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가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줘웨왕(卓越網)의 왕수통 사장은 그 중 한 명.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등 중국진출 외국기업에서 10여년 근무한 그는 지난 2월 투자자금을 모아 벤처기업 사장이 됐다. 멤버십 회원을 상대로 20~30종류의 상품만을 제공, 실속 있는 장사를 하고 있다. '8848넷' 등 1세대 전자상거래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과는 크게 비교된다. 방송계도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분야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이들은 보다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중국 방송수준을 높이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출신 방송인인 양란(楊瀾)은 다큐멘터리 제작의 귀재. 홍콩의 펑황(鳳凰)TV에서 활약하던 그는 작년 위성방송사인 양광(陽光)TV를 사들였다. 중국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세계에 공급하겠다는게 그의 꿈이다. 이 TV는 지금 인터넷과 방송의 결합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중국에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여성들이 중국 하늘의 반을 떠받치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