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들은 기업뉴스를 아주 구체적으로 다룬다. 월스트리트라는 발달된 자본시장 덕에 각종 자료들이 쏟아져 나오는데다 '주식가격=경영성적'으로 평가되는 풍토라서 최고경영자(CEO)들도 언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탓이다. 업계가 돌아가는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다루는 언론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뉴스가 하나 있다. 노동조합에 관한 것이다. 노조활동이 없어서일까,아니면 노동운동이 더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라는 판단에서일까. 10년만의 경기침체가 빚어내는 대량 해고의 계절에 한번쯤 있을 법한 피켓시위나 대규모 파업기사 등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게 이상할 정도다. 그런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최근 노동운동에 관한 기사를 조금씩 보도했다. 지난 3일 노동절을 의식하고 다룬 기사이다. 이 보도들을 보면 최근 미국의 노동운동이 어디로 가고 있고,왜 언론에 자주 등장하지 않는지 다소나마 이해가 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노동운동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1천명 이상 참여한 대규모 파업이 일어났던 작업장이 지난 79년 2백35개에서 20년만인 99년 17개로 줄었다고 적고 있다. 노동자들의 70% 이상이 일과 보수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어 노동운동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AFL-CIO등의 노조지도자들이 현장투쟁보다는 정치쪽에 관심을 두는 것도 전체 노동자들의 이익과 복지향상을 위해 제도적 장치마련을 위해서라고 해석한다. CNN방송의 보도는 제목부터 아예 '노동조합은 죽었는가'이다. 이 방송은 미국 민간기업의 노조가입비율이 50년대 전성기 때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10% 미만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신규 노조가입자수가 40만명이었지만 이것도 99년의 60만명에 비해 3분의 1 줄어든 규모. 특히 최근들어 노조구성원 중 여성과 소수민족의 비율이 크게 늘어나는 등 노동운동이 '생존보다는 차별보호'쪽으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경제발전과 산업구조의 변화에 맞춰 노동운동의 양과 질이 모두 변하는 셈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