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의 현대화를 꾸준히 모색해온 작가 석철주(51·추계예술대교수)씨가 12일부터 서울 소격동 아트스페이스 서울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꽃 화분 빗물 등 생활주변에서 흔히 보는 것들을 소재로 한 '생활일기'연작 25점을 선보인다. 16세에 청전(靑田) 이상범의 문하에 들어가 전통 한국화 기법을 익힌 석씨는 한국화 '전통의 수용과 현대적 변용'을 독자적인 방법으로 시도해온 작가다. 85년 탈춤의 동적인 장면을 담은 첫 개인전으로 화단의 주목을 받은 이후 90년 '옹기그림'연작,95년 '규방'시리즈로 변신을 시도했고 99년부터는 자연 이미지를 담은 작품을 내놓고 있다. '생활일기'연작은 초점이 맞지 않은 흑백사진을 보는 듯하다. 나무 꽃 화분 등 대상들은 흐릿한 흔들림으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그는 흰색이나 검은 색의 바탕색을 칠한 후 그 위에 바탕색과 반대되는 색을 더 칠한다. 이 덧칠한 물감이 마르기전에 맹물에 적신 붓으로 대상을 그리고,그리기가 끝나면 재빨리 마른 붓으로 여러 번 붓질을 하는 과정을 거친다. 맹물 붓질로 인해 바탕색감이 우러나오는 데 이같은 맹물 붓질의 속도와 힘의 조절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화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서양화의 '덧칠'과 한국화의 '스밈'을 혼용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서양화 재료로 덧칠을 하고 맹물 붓질로 한국화의 '일획성'을 견지함으로써 된장처럼 안에서 우러나오는 은은한 맛을 던져주고 있는 셈이다. 이주헌 아트스페이스서울 관장은 "맹물 붓질은 작가가 의도한 것이지만 붓질의 스며듦으로 인해 화면에는 우연의 효과가 발생한다"며 "작가는 이러한 우연을 통한 자연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26일까지. (02)720-1524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