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금융읽기] '美, 조기금리인하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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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8월 실업률이 4년만의 최고치인 4.9%로 발표된 이후 다시 '조기 금리인하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뉴욕 월가내에서 조기 금리인하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경제를 마지막까지 지탱하고 있는 민간소비가 실업률 상승으로 더 위축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빠르면 이번 주라도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실업률은 대표적인 경기후행지표라는 점에서 비록 8월 실업률이 높아졌다 하더라도 미국경제의 앞날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보는 사람들은 현 금리수준(연방기금금리 3.5%)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느 견해가 옳은가.
대부분 전망기관들은 앞으로 미국경제가 회복국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세가지 문제에 대한 확인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보고 있다.
첫째는 미국의 산업을 제조업과 비제조업으로 나눌 때 비제조업(특히 IT) 부문의 재고조정이 마무리됐는가 하는 점이다.
두번째는 미국 국민들의 소비가 계속해서 살아날 것인지의 여부다.
마지막으로 미국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이뤄져야 미국경제의 회복을 확신할 수 있다고 전망기관들은 보고 있다.
그 중에서 수요항목별 국민소득(GDP) 기여도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소비가 어떻게 되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8월처럼 실업률이 높아진 상황이 앞으로 계속될 경우 민간소비 위축에 따른 '역소득 효과(negative income effect)'로 미국경기는 추가 침체에 빠질 우려가 크다.
조기 금리인하론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조기 금리인하론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번에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미국의 시중 실세금리(3개월 CD금리 기준)는 3%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조기 금리인하론이 수용돼 연방기금금리가 0.25% 포인트 인하될 경우 시중 실세금리는 3% 밑으로 떨어져 물가를 감안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의 국면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FRB 역사상 실질금리가 부(負)인 상황에서 금리를 내릴 경우는 드물다.
올들어 잇따라 단행했던 금리인하도 아직까지는 뚜렷한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지적되고 있으나 전통적인 통화정책 전달경로(transmission mechanism)에 이상조짐이 생긴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금리인하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과거의 전례가 없고 효과까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FRB가 조기 금리인하라는 모험을 택할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좀 다르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주 목요일에 열린 금융통화운용위원회에서 콜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키로 결정했던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가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모든 정책이 추진되는 데에는 나름대로 당위성과 효과가 동시에 검증돼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아무리 사소하게 보이는 정책이라도 당국이 그것을 추진하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중요한 것은 효과가 검증됐느냐 하는 문제다.
정책이 추진된 건수로 따진다면 현 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와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좀더 세밀하게 들여다 보면 정책충돌이나 정책이 중복된 부문이 너무나 많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마디로 당위성을 갖고 추진된 정책이라 하더라도 후(後)에 효과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분명한 것은 정책이 당초 의도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그 이면에 반드시 후유증(policy cost)이 남는다는 점이다.
현 정부가 집권후반기를 맞아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중에서 이 점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