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말 외환위기 때 IMF로부터 차입한 1백95억달러(약 25조원)를 모두 상환했다. 외환 보유고 40억달러에 불과했던 아찔한 그때를 떠올리면 감동적인 순간이어야 하나,마음이 홀가분하지 않은 것은 국제기구로부터의 차입이라는 것은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의 극히 일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는 1천억달러 정도의 가용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으며,1천2백70억달러의 총 대외지불 부담이 아직 남아 있다. 이것이 대외부채의 주요 측면이다. 대내부채로 가면 전망은 더 어둡다. 우리 나라 GDP의 27%에 달하는 1백37조5천억원의 공적자금 중 현재 34조2천억원이 회수되면서 24.9% 정도의 회수율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그들의 GDP대비 공적자금 규모가 각각 4%,14%였던 것에 비해 높다. 공적자금 회수불능부분이 국민의 부담이 되는 우려에 대해 혹자는 2000년 현재 우리 나라의 조세부담률은 22%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국가 평균치인 27.6%보다 낮다면서 국민의 조세부담에 큰 무게를 싣지 않는다. 그러나 엄청난 소득격차를 보이는 나라와의 조세부담률 비교는 의미가 없다. 선진국의 조세부담률이 높다 해도 가처분 소득에서 이미 삶의 질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필자가 알기로 우리 나라는 정부가 지급보증한 채권을 발행해서 공적자금을 조성했다. 일본처럼 정부예산외의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예금보험채권의 수익률은 국채보다 더 높게 되고,이 차이만큼 공적자금이 더 들어가는 문제점이 생기게 되는 반면,국채를 이용하게 되면 발행비용은 더 저렴해진다. 물론 국채를 이용할 때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재정에 부담을 주게 되고,이자율을 높이면서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나라 재정수지는 GDP 대비 1.1%규모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개선된 상태다. 지금의 위축된 투자심리는 이자율수준이라기보다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침체가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공적자금을 예산 내의 방식으로 비용을 더 줄이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저축대부조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할 때 재정흑자는커녕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발행비용이 저렴한 방법,즉 국채를 통한 재정을 이용했음을 볼 수 있다. 그 당시 미국의 정리금융공사가 발행한 채권은 7%의 표면이자를 갖고 있었으며,국채금리보다 25bp(basis point=1백분의 1%) 높았다. 우리의 경우는 예금보험채권과 국채 수익률 차이가 평균 1백bp 정도로 미국보다 훨씬 크며 국채를 이용하는 것에 비해 추가비용은 더 클 것이다. 조성된 공적자금의 지출유형은 출자 출연 자산매입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그 중에서도 예금보험채권이라는 현물 형태로 부실 금융기관에 상당량을 출자했다. 예금보험공사가 채권이라는 현물형태로 출자한 데에는 경제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자는 뜻이 있었을 것 같다. 즉 부실금융기관에서는 재무제표 건전화를 위해 BIS비율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예금보험공사 채권을 계속 보유할 것으로 예상돼 바로 현금으로 경제 내에 유통되는 경우에 비해 인플레이션 등 경제가 받는 부작용을 그다지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그런데 부실금융기관이 그렇게 쥐고만 있는 채권이 경영정상화에 큰 도움이 될까. 공적자금도 미래의 영업활동에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것만 같은 경제적 자원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그 회수율도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계속해서 금융기관에 채권 형태로 지급하는 방법의 장단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공적자금 투입의 궁극적인 목적은 구조조정의 성공적인 완성이다. 빨리 갚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높은 회수율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빌린 공적자금이 최소비용으로 최대한 잘 운용되어 결과적으로 자연스럽게 회수되어야 하며,더 중요한 것은 두번 다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ljongeun@kunja.sejong.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