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무용論' 각국 확산 .. 日 '제로금리' 등 '약발' 안먹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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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효과'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동시 불황의 깊은 골에 빠져 있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들이 응급 경기부양책으로 금리를 앞다퉈 인하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약효'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
'제로 금리'라는 극약처방을 동원하고서도 10년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 등 다른 나라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들어 몇 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렸지만 주가 상승 등의 기대효과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이달 말 워싱턴에서 열릴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금융통화정책의 효과를 주요 안건으로 다루기로 하는 등 '지구촌' 차원의 공동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통화정책은 금리와 환율, 자산가격의 세가지 경로를 통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먼저 금리가 인하되면 차입비용이 낮아짐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고, 동시에 돈이 풀리면서 주가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와 통화가치 하락을 통해 소비와 수출이 늘어나 경기가 회복된다는 것.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같은 이론을 근거로 한 거시경제 모형을 갖고 있다.
모형에 따르면 올들어 금리를 3%포인트 내림에 따라 1년안에 주가가 29% 상승하고 장기금리와 달러가치는 각각 0.9%포인트, 6% 떨어지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상황이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1월초 첫 금리 인하로부터 6개월 동안 오히려 주가는 7.1% 떨어졌고 장기금리와 달러가치는 각각 0.4%포인트, 6.8%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시장의 '반란'이 전통적인 통화정책 전달경로(transmission mechanism)에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한다.
종전에는 금리 인하가 경기회복에 미치는 영향의 약 40% 정도가 주가와 환율을 통해 나타났으나 최근에는 이 경로가 차단됐다는 것.
또 미국 국민들의 부채 부담이 높아지고 미국 경제 앞날에 대해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가계와 기업들이 소비와 투자를 늘리지 않음에 따라 '모형'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미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금리인하 효과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들어 금리를 내린 한국 유럽 등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도 이와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다.
최근 들어 '금리인하의 무용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