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서 바이오.IT까지... .. 대전고 '벤처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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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등학교 출신 벤처기업인들이 '뭔가 큰 일'을 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15일 대전고 벤처클럽이 탄생했을 때만 해도 단순한 친목도모와 정보교환을 위한 모임 정도로만 여겨졌었다.
클럽 멤버들의 생각도 그랬다.
하지만 클럽에 참여하고 있는 동문들간 모임이 잦아지면서 회원들 사이에 단순한 '사랑방 모임'에 그치거나 '패거리 의식'에 사로 잡혀선 안된다는 공감대가 자연스레 형성됐다.
스스럼없이 얘기할 수 있는 동문 특유의 분위기 덕분에 서로간 속내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고 벤처기업인들이라서 결정도 빨랐다.
창립총회가 있었던 8월15일.
클럽 회장을 맡고 있는 이윤재(46회,66년 졸업) 지누스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독자적인 수익모델을 창출해 세계적인 벤처기업을 육성하는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동문들끼리 펀드를 만들어 엔젤투자를 하는 투자클럽 형태의 간단한 모임이 아니다.
세계적 벤처를 만들어 내겠다는게 이들의 목표다.
고교 동문들간 벤처클럽이 결성된 것 자체가 벤처업계에선 다소 색다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대학 동기.동문들이 주축이 된 벤처클럽은 여럿 있었지만 고교동문 벤처클럽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대전고 벤처클럽이 탄생한 것은 지난 5월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클럽 사무국장인 김진철(58회)씨가 대전고 총동창회 인터넷 사이트(www.obdaejon.com)에 제안을 올리면서 클럽결성이 시작됐다.
이후 일사천리로 클럽결성이 추진돼 채 한달도 지나지 않아 벤처클럽이 공식 출범했다.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창립총회엔 1백여명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뤘다.
이들은 이같은 열기를 반드시 사업화로 연결시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벌써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홈페이지(www.tj-venture.com)를 구축했고 클럽조직과 각종 위원회 구성도 마무리지었다.
회원들을 기술(비지니스 모델)보유 그룹 투자(금융)그룹 경영(마케팅)그룹 지원(서비스)그룹 등으로 분류했다.
효율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와 경영자문위원회도 가동하고 있다.
대전고 벤처클럽은 우선 비즈니스모델을 발굴하고 투자를 통해 이익을 실현하는데 역점을 둘 방침이다.
이를 위해 회원들로부터 비즈니스모델을 접수하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접수된 비즈니스 모델을 심사한 다음 투자적격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투자적격인 경우 투자를 알선하거나 펀드를 조성해 실제 투자를 실행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40여명 가량인 회원을 연말까지 90여명으로 늘린다는 방침도 세워놓고 있다.
주요 멤버로는 회장인 이윤재 지누스 대표,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조남준 풍진아이디 대표(46회), 재정부회장인 전영삼 C&C엔터프라이즈 대표(48회), 총무부회장인 최신묵 한신코퍼레이션 대표(48회), 대외부회장인 박경식 대한의사벤처인협회 회장(50회), 사업부회장인 이승우 메디슨 대표(55회), 학술부회장인 황우석 서울대 교수(51회)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윤재 회장은 중소기업에 불과하던 진웅을 세계적인 텐트메이커로 키울 만큼 사업욕구가 왕성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난 해에는 지누스로 회사이름을 변경하면서 온라인기업으로의 야심찬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인테이어 디자인업체 풍진아이디를 이끌고 있는 조남준 대표는 이 회장의 고등학교 1년 후배이자 대학(연세대 정외과) 1년 후배다.
전영삼 대표는 법학(서울대)을 전공했지만 이와 무관하게 벤처업계에 뛰어들어 성공한 케이스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C&C엔터프라이즈는 RF(무선인식)후불.직불.선불카드를 이용한 운임자동징수(AFC) 시스템을 개발해 현재 수도권 지하철.전철 전 노선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최신묵 대표는 대우그룹에 몸담고 있다가 애니메이션업계에 뛰어들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 대표는 지난 8월 4년간에 걸친 기획,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된 극장용 장편대작 '별주부 해로'를 출시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 애니메이션 영화는 월트디즈니에 배급되며 국산 애니메이션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기도 했다.
박경식 대한의사벤처인협회 회장은 의료분야에서 벤처와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으며, 황우석 교수는 복제송아지 '영롱이'를 탄생시켜 한국 생명공학 산업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이승우 대표는 KAIST 박사(전기전자공학) 출신으로 엔지니어로 일하다 경영자로 변신해 메디슨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외에 송인권 마이크로비아 CEO(51회)는 얼마전까지 현대그룹에 근무하다가 동기인 서울대 생명과학부 정가진 박사(51회)와 공동으로 바이오 벤처기업인 이 회사를 창업했다.
마크로비아는 지난해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기념 만찬 때 식단에 올려져 화제가 됐던 바이오김치를 만든 회사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