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지주회사 갈길 멀다..녹십자, 품목별 회사분할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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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및 제약업체중 올해 지주회사로 탈바꿈한 녹십자와 LGCI를 놓고 성장가능성은 엿보이지만 정작 수익창출의 기반은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주회사의 설립 목적은 기업경영의 전문성과 효율성,유연성을 동시에 높여보자는 것.그러나 자회사의 배당금이 지주회사의 주소득이 되는 현실에서 과연 소액투자자들이 빈약한 배당금을 바라보고 지주회사 주식을 살 이유가 과연 있느냐는 비관적 시각이 형성되고 있다.
또 연구개발에 대한 핵심역량 집중도 약화될수 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녹십자와 LGCI의 지주회사 운영이 바이오산업에 적합한 것인지 점검해본다.
녹십자=올 상반기 자회사들의 총매출액은 1천4백1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 증가했다.
연구개발비는 1백2억원으로 매출액의 7.2%를 차지했다.
겉으로만 보면 이같은 경영실적은 훌륭하다.
그러나 전문치료제를 주로 판 제약업체는 의약분업의 영향으로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15%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만큼 지주회사의 전환으로 인한 수익성의 증가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녹십자의 연구개발은 자회사가 각기 자체자금으로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녹십자가 이미 진행중인 연구과제 외에는 새로운 연구주제를 늘려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한 제약사가 아이템당 5백억원이 넘는 연구개발비를 부담하기는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녹십자가 지주회사라는 길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엄밀히 볼때 녹십자의 자회사 분할은 제품 품목군별로 나눈 것이다.
자회사가 연구개발비를 자체 조달해 쓰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즉 지주회사 도입은 회사의 흥망성쇠와 직결된 연구개발을 자회사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시스템으로 바꾼 것이라는 시각이다.
LGCI=이 회사는 자회사 및 관계사의 자본 및 경영관리를 맡으면서 바이오 제약 농화학 분야의 등을 합친 연구개발도 주관하고 있다.
전체 직원 9백여명 가운데 30%인 3백50여명의 연구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가 책정한 금년 연구개발비는 6백억원.인건비를 감안하면 사실상 빈약한 규모다.
명목상으로는 금년 상반기에 매출액 7백90억원의 39%인 3백10억원 가량이 연구개발비로 쓰여졌다.
LGCI의 출범은 LG그룹 화학 계열사의 경영을 효율적으로 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했지만 결국은 연구개발비 충당을 위한 외자유치를 용이하게 하려고 기획한 측면이 더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처럼 신약 생물농약 동물약품 개발 등과 관련한 연구개발비를 계속 지출할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연구비를 배정받아온 다른 사업부의 불만이 더 커질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LG관계자는 "LG의 생명공학 및 제약사업을 충분히 키운 후에 2003년까지 외자유치 등을 통해 생명과학 부문을 별도법인으로 분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종합평가=녹십자의 경우 자회사를 맡은 경영진들의 경력능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데다 연구역량의 분산 등으로 기업가치는 종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증권 애널리스트들은 말하고 있다.
지주회사의 실질적인 설립 목적이 외자유치를 유도하고 연구개발비 조달을 쉽게 하며 개발 실패에 따르는 리스크를 줄이는데 더 중점을 두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녹십자 관계자는 "녹십자백신의 경우 독일 라인바이오텍과의 제휴로 다가(多價)혼합백신의 개발이 촉진되는 등 기업의 글로벌화가 촉진되고 있다"며 "분사를 통한 지주회사 운영은 바이오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단축되는 경영환경 급변에 쉽게 적응하고 개별회사의 외자유치와 인수합병을 추진하는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시장에서의 저평가에 대해 "투자자들의 지주회사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연구개발에 대한 집중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