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자원부와 한국생산성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1백40개 제조업종 가운데 92개 업종(65.7%)에서 임금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반수가 넘는 기업들이 생산성 증가수준을 넘어서는 임금인상으로 비용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노동생산성이란 '노동 1단위가 만들어 내는 산출량(부가가치)'으로 정의된다. 실질부가가치(실질국내총생산)나 산업생산을 노동투입량(노동투입인원 x 근로시간)으로 나눠 산출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생산성본부가 분기마다 작성하고 있다. 노동생산성이 향상된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그만큼 적은 비용을 들이고 이전과 똑같은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상품의 가격엔 노동생산성이 반영된 인건비가 포함되므로 노동생산성은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국내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작년말부터 본격화된 경기침체로 산업생산(산출량)이 줄어들면서 작년 4.4분기와 올 1.4분기 각각 6.5%, 7.2%(전년동기대비)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 98년 3.4분기 이후 처음으로 증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진 것이다. 노동생산성과 연결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지표로 단위노동비용(노동비용/산출량)이 있다. 산출물 1단위를 생산하는데 드는 노동비용을 뜻하는데 시간당 임금(노동 1단위당 비용)을 노동생산성으로 나눈 값과 동일하다. 이는 단위노동비용의 증감률이 시간당임금 증감률에서 노동생산성 증감률을 뺀 것과 거의 같다는 말이다. 생산성이 높아진 것보다 임금 상승폭이 더 크면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은 플러스가 되고 그 반대라면 마이너스가 나온다. 지난해 4.4분기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6.5%로 전분기(15.9% 증가)에 비해 급락한 반면 하방경직성을 갖는 시간당 임금 증가율은 9.1%(전분기는 13.7% 증가)를 기록,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작았다. 결국 지난 96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단위노동비용은 이 기간중 2.5%(≒9.1%-6.5%) 플러스 성장, 상승추세로 반전했다. 올 1.4분기엔 노동생산성이 소폭 향상(7.2%)됐지만 시간당 임금이 급등(15.0%),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은 7.4%로 뛰어올랐다. 단위노동비용이 늘어나면 기업의 원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해 기업 경쟁력, 더 나아가서는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또 장차 물가상승을 초래해 '고임금->고물가->고임금'의 악순환을 가져올 수도 있다. 반대로 임금수준이 지나치게 낮아 생계에 지장을 주면 구매력 부족으로 내수 시장이 위축되고 근로자의 근로의욕도 떨어져 생산성이 낮아질 위험이 있다. 임금인상률이 노동자에게 생산에 기여한 만큼의 보상을 해 주면서 기업경쟁력과 직결되는 노동생산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물가나 국가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수준에서 결정되는게 바람직하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서는 과도한 물가상승을 억제하고 노동생산성을 높여 나가는게 중요하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