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대기업이 유통시장을 장악하는 과점화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IMF 경제위기를 계기로 서울과 지방을 가릴 것 없이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빅3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할인점 업계도 마찬가지다. 종합유통기업을 지향하는 신세계 이마트,롯데 마그넷을 비롯해 국내외 합작기업인 홈플러스,프랑스계 까르푸 등 4개 대기업이 시장을 나눠 먹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방 백화점과 중소상인,영세 점포들은 소리없이 무너져가고 있다. 이같은 과점화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도 하나의 유기체인데 크고 작은 것의 조화가 깨진다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분당 서현역사에 자리잡은 삼성플라자가 보여준 사례는 이런 문제 해결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서현역세권은 현재 삼성플라자(백화점)를 중심으로 씨마1020(패션쇼핑몰),10여개의 상가 등이 어우러져 황금상권을 이루고 있다. 지난 97년 이 지역 상가 소유주와 상점 주인들은 대형 백화점이 코앞에 들어선다는 발표가 나오자 연일 시위를 벌였고 성남시청에는 민원이 쇄도했다. 옷이나 구두가게들은 당장 문을 닫게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플라자가 지난 97년11월 문을 열었다. 오픈 직후 IMF 경제위기가 닥쳐 영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삼성플라자는 주변 상가들과 공생하는 방안 마련에 골몰했다. 그래서 서현상권의 '파이'를 키워놓는 것이 급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방안이 '로데오거리 만들기 사업'이다. 삼성플라자는 거리조성에 드는 비용과 행정기관을 접촉하는 일을 기꺼이 떠맡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로데오거리는 젊은이들의 명소로 뿌리를 내렸다. 매년 6월이면 이 거리에선 열흘간 축제가 열린다. 상가번영회와 삼성플라자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다. 분당 로데오거리가 주는 메시지는 결코 작지 않다. 대기업과 중소상인이 공생하는 아름다운 공간이기 때문이다. 경쟁에 익숙해진 유통업계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미담이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