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는 혼란기에 들어서 있다. 정보산업의 발달로 생산성 향상과 부가가치 창출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듯 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는 '세계경제는 자칫하면 1980년 초의 심각한 위험 상태에 다시 돌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경제는 급속히 둔화되고 있으며,일본은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하면서 사상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수입둔화로 인해 우등 신흥공업국이었던 대만이나 싱가포르 같은 나라도 심각한 경제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어려운 세계경제 여건 속에서도 한국경제는 외환위기에서 벗어나는 듯하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지연으로 기업들은 국제경쟁력을 잃고 있다. 1백3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지만,은행은 자생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와 부실기업의 신속하고도 과감한 퇴출에서 경제 난국 타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동시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경제가 비교우위를 가졌던 저임금에 바탕한 단순제조능력은 중국과 인도의 부상으로 벽에 부딪친 상태이다. 13억 인구의 중국은 20년 뒤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GNP 국가가 될 것이다. 잠에서 깨어난 인도의 개방경제는 급속히 세계경제의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살 길은 경제의 글로벌화에 적응하면서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공업국보다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지식산업에 투자해 나가는 것이다. 지식산업이란 정보기술(IT)이나 바이오기술(BT) 등에 기초한 제조업이나 서비스산업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비교우위를 누려 왔던 조선 반도체 철강 자동차산업에 정보기술을 접목시키는 한편,제약이나 식품업을 바이오산업화하고,금융업과 유통업·물류 등 서비스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적극화해야 한다. '베인 엔드 컴퍼니' 컨설팅사는 보고서에서 한국경제의 지식산업화를 위한 6가지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지식직업 교육기관의 설립,외국과의 공동연구기금 확충,브레인 허브화(외국두뇌 유치),기술보육기관(인큐베이터)의 능력 강화,지식의 상업화,영어의 제2공용어화이다. 이들 과제 중 교육의 중요성은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 지식산업의 핵심은 교육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교육,이 가운데에서도 창조력의 원천인 대학교육에 문제점이 많다. 특히 공급측면에서의 교육이 문제다. 대학교육의 하부구조에 대한 투자가 없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의 80% 이상을 전담하고 있는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외국과는 달리 전무한 상태다. 따라서 교수 대 학생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고,또 첨단 연구시설을 할 만한 재원이 없다. 대학원생에게 줄 연구비나 장학금이 없어,서울에 있는 명문대학마저도 이공계 박사과정 지원학생의 부족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형편이다. 정부는 모든 학사행정에 미주알고주알 간섭을 해 대학 자체의 독립성은 '제로'다. 예컨대 대학행정이 획일화돼 있어 공과대학의 필수학점을 늘리려고 해도 불가능하다. 교육은 빠르게 국제화돼 가고 있다. 세계화 물결이 교육분야에까지 파급돼 우수한 학생들이 외국으로 빠져 나가고 있다. 국내의 교육수요를 외국대학들이 충족시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학연을 중시하던 사회'에서,'교육의 질을 추구하는 사회'로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여건 하에서 어떻게 지식산업을 키우며 대학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지 걱정스럽다. 이제 대학교육도 국제화되고 자율화돼야 한다.교육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에 외국의 일류대학 분교설립을 허가해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 물론 국내 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도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 일시에 늘릴 수 없다면 수업료를 자율화시켜 국제경쟁력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공급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행정의 유연성이 높아져야 한다. 세계화되고 지식사회화되는 과정에서 우리의 교육인적자원부 만은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것 같다. 빨리 탈바꿈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식산업의 원천인 대학교육이 국제경쟁력을 갖게 된다. ydeuh@mail.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