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AIG와의 협상을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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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금융3사 매각협상이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는 것 같다.
지난 주말 현대증권이 우선주 발행가격을 7천원으로 내려달라는 AIG(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 컨소시엄측의 제안을 수용키로 함에 따라 현대 금융3사 매각협상에서 큰 걸림돌이 제거된 셈이다.
이로 인해 AIG측의 현대증권 지분은 발행가격 8천9백40원일 때의 29.5%에서 33.1%로 높아지게 된다.
대우자동차 하이닉스 처리와 함께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아 온 난제가 이렇게라도 해결조짐을 보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물론 그동안의 협상과정에서 MOU(양해각서)를 교환하고도 AIG측이 요구한 추가조건을 받아들이는 결과로 나타난 것은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다면 더 이상 논란을 벌이기 보다는 다음 수순을 밟아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자칫 협상이 결렬되거나 오래 끌 경우 그 파장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게 나타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대투신의 자금운용이 어려워져 금융시장에 큰 타격을 줄 것은 뻔하다.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해지고 최대주주인 현대증권도 2조원이 넘는 자금부담을 지게 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경제전체가 받는 타격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다만 현대증권이 AIG의 요구사항을 수용한다 하더라도 모든 문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인수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우선주 발행가 7천원 수용을 관련규정에 어긋나지 않게 처리하고 소액주주에 대한 손실을 극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유가증권 발행 및 공시에 관한 규정상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서 발행가를 기준시가보다 10% 이상 할인발행을 금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주가가 7천7백원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주가가 떨어지기를 기다려 처리해야 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시장주가가 그 수준까지 떨어져 자연스레 해결된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부지하세월로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이다.
합리적인 대책을 찾는 것은 정책당국이 해야 할 일이다.
AIG측도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위해 보다 성실한 자세로 임해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특혜 소지가 크다고 인식되고 있는 우회출자 허용,우선주 의결권 부여,5년간 5% 배당 보장에 이어 발행가까지 낮춰준데 대한 국내의 비판적인 여론을 간과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