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290.30원 강보합, "롱마인드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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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장 후반부터 의외의 오름세를 타면서 5주중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달러/엔 환율이 대체로 내림세를 보인데 반해 이상 기류를 보여 환율 상승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입증했다.
오는 12일 미·일 재무장관 회담을 앞두고 달러화 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있는 은행권에서 물량을 내놓지 않고 달러매수(롱) 마인드가 유효한 것이 원화와 엔화간의 괴리를 발생시킨 요인으로 분석된다.
시장에 물량이 없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추가적인 상승도 가능해 보이는 가운데 아직은 섣불리 방향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 금요일보다 0.20원 오른 1,290.3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1일 1,296.50원에 마감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엿새째 오름세다.
개장가를 저점으로 조금씩 낙폭을 줄인 환율은 닷새동안 올랐다는 부담이 있는데다 장중 변동성 위축으로 1,290원대로의 진입이 힘겨워 보였으나 매도 세력이 없다는 점이 상승을 자극했다. 1,288∼1,289원 언저리를 둥지 삼던 환율은 후반 들어 1,290원대로 재진입하는 오름세를 탔다.
◆ '롱'마인드 유효하다면 추가 상승 가능 = 지난주 후반부터 시장에 물량이 없음을 확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엔이 빠져도 달러/원은 동행에 제한을 받을 전망이다.
달러 매수(롱)마인드가 시장 전체에 확산되는 기운이 완연하고 달러/엔보다 국내외 주식시장의 미끄럼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닛케이지수가 연일 17년중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데다 뉴욕 증시도 흔들리는 모습이 완연하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이 별로 의미를 가지지 못할 가능성이 커 내일은 강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되팔기(롱스탑)가 나오지 않는다면 1,287∼1,292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어 "향후 포인트는 주식쪽에 맞추질 것"이라며 "거래하는 곳만 거래를 하고 있으며 아래쪽이 단단해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1,288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국책은행이 이를 흡수하는 등 물량이 부족해진 것이 1,290원대로 오를 수 있는 길을 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량이 없는 것을 확인함에 따라 롱마인드가 키워지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아래쪽으로는 1,287∼1,288원에서 막히고 위로는 1,295원을 바라보는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 달러/엔 환율과는 '각자의 길' = 달러/엔 환율은 지난주 금요일에 비해 1엔 이상 가라앉으며 119엔대로 진입했으나 달러/원은 '각자의 길'을 주장했다. 달러/엔의 하락은 무시하고 상승시에만 민감하게 반응했다.
달러/엔 환율은 오후 5시 2분 현재 120.05엔이다. 지난주 말 미국의 고용동향 악화로 120.10엔을 기록한 달러/엔은 개장초 오름세를 타다가 조금씩 흘러내려 119.80엔대까지 흘러내렸다. 3%를 넘는 하락세를 보인 닛케이지수, 기계주문의 감소세, 미·일 재무장관 회담 등 달러/엔을 상승시킬 재료는 산적했으나 움직임은 오히려 반대로 드러났다.
지난주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 회담에서 폴 오닐 미국재무장관이 강한 달러 정책의 유지를 시사하고 구로다 일본 재무성 재무관이 이날 엔 약세 조장을 위한 발언을 했지만 달러/엔은 반대로 반응한 셈.
업체들은 결제수요가 다소 우세했으며 1,288원 이상에서는 네고물량이 조금씩 공급되기도 했다.
역외세력은 이날 NDF정산을 위한 매물이 없어 움직임이 거의 없었으나 모건스탠리 등에서 소규모 매수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주와 같은 강한 매수세는 없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지난 금요일보다 3.10원 낮은 1,287원으로 한 주를 연 환율은 이를 저점으로 낙폭을 줄이며 10시 22분경 1,288.30원까지 되올랐다. 지난주 말 역외선물환(NDF)환율이 달러/엔 환율의 급락에 크게 반응하지 않고 소폭 내려 1,289/1,291원에 마감한 분위기가 이어진 셈.
이후 환율은 대체로 1,288원을 경계로 좌우횡보하는 장세가 뚜렷한 가운데 방향을 잡지 못했으며 1,287.9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30원 오른 1,288.2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차츰 올라 2시 25분경 1,289.30원까지 오른 뒤 1,288.40원까지 되밀리는 등 뚜렷한 방향성없이 거닐었다.
그러나 3시 30분 전후로 의외의 매수세에 의해 본격적인 상승 가도를 탄 환율은 38분경 오름세로 전환한 뒤 56분경에는 1,290.6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이후 환율은 대체로 강보합권 흐름을 거치면서 1,290원대를 유지했다.
장중 고점은 1,290.60원으로 지난달 9일 1,292.10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저점은 개장가인 1,287원이 유지됐다. 하루 변동폭은 3.60원.
사흘만에 주식 순매수로 배를 바꿔 탄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개장초 매도쪽에 무게가 실리다가 반전하면서 거래소와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68억원, 31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4억7,49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7억2,06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3억2,000만달러, 3억890만달러가 거래됐다.
11일 기준환율은 1,288.7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