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요즘 개미군단의 활약상을 보면 고 김수영 시인의 '풀'이 떠오른다. 동풍(외풍)이 불어도 끄떡없이 이삭줍기에 나서는 모습이며,한손으로 눈물을 훔치면서도 끊임없이 매수타이밍을 겨냥하고 있는 게 김수영 시인의 '풀'과 흡사하다. 그렇지만 '하루에도 수없이 깡통을 찬다'는 개미의 원죄는 턱 앞의 욕망을 억누르지 못하는 데 있다. 하루살이 재료에 승부를 걸어보지만 실속이 없다. 마음 속으로 깊이 울어야 먼저 일어날 수 있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