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11일 단행한 청와대 수석비서관 및 민주당 당직자에 대한 인사는 쇄신보다는 화합에 초점을 맞춘 '무색무취'가 특징이다. 청와대 비서실 운영을 활성화하기 위해 40대 수석비서관 2명이 발탁된 것도 눈길을 끈다. ◇청와대=당초 예상을 깨고 청와대 수석비서관 8명중 5명이 교체됐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정무수석에 유선호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임명한 것. 그동안 정무수석 자리에는 3,4선급의 중진의원을 앉혀 여야관계를 조율토록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임명된 유 수석은 48세의 15대 의원 출신.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내년 대통령 선거를 당 중심으로 치르겠다는 김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 있다. 조영달 교육문화수석은 41세. 청와대는 조 수석이 변화된 사회환경에 맞게 교육제도를 개선하고,월드컵등 국가적인 행사를 차질없이 치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는 조 수석의 전문성 못지않게 그의 '젊음과 패기'를 높이 산 것으로 알려졌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을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별보좌역(장관급)으로 임명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 대통령은 임 특보를 재기용함으로써 대북 햇볕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김학재 민정수석과 정태익 외교안보수석,오홍근 공보수석도 대통령비서실 운영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청와대 인사과정에서 박지원 정책기획수석의 입지가 크게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박수석의 '비중'을 높여 권력누수를 막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당=계파색채가 없는 인사들을 기용,당 화합에 초점을 맞춘게 특징이다. 김명섭 총장과 강현욱 의원 모두 입당파로 특정계보와는 거리가 멀다. 대표인선을 둘러싸고 분출된 당내 갈등의 해소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인 것이다. 여기에는 한광옥 대표가 '경선관리대표'란 취지에 맞게 계파색채를 철저히 배제함으로써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전용학 대변인도 "한 대표가 경선관리형 대표라는 그 연장선상에서 당 화합과 단합을 이룰 중립적 인사를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0일까지도 사무총장에 문희상,정책위 의장에 홍재형 의원이 유력했으나 막판 문 의원은 한화갑계,홍 의원은 이인제계로 분류돼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교체된 4명중 김 총장과 김성순 지방자치위원장,심재권 총재비서실장 모두 서울 출신이라는 점에서 당장 한달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10월 재선거와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도 담겨 있다. 물론 당내 비판도 적지 않다. 화합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활력과 추진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김영근.이재창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