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들어 금융감독원 조사국에 임무가 하나 주어졌다. 현대증권의 주가 조작을 시도하는 '작전세력'을 감시하는 일이다. 현대의 해외 매각협상 타결을 앞두고 주가를 떨어뜨려 차익을 챙기려는 세력이 나올 수 있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금감원의 그같은 조치는 시의적절했다. 증시 주변에서 주가 끌어내리기가 이미 시작됐다는 징후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잠재적인 의혹자는 놀랍게도 당사자인 현대증권(경영진)일 수 있고,금감위가 여기에 개입됐을 개연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를 부당한 일로 명확히 규명한다면 금감원은 독립된 금융감독기구로서의 위상을 확립할 호기를 맞은 셈이다. 미국 AIG컨소시엄에 넘기기로 한 현대투신 매각협상을 지켜보면 주가조작 의혹이 절로 생겨난다. 현대투신에 덤으로 끼워 팔리는 현대증권의 가격산정 과정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30%가 넘는 주식을 배정,경영권까지 넘겨주면서 시가보다 할인된 가격에 발행키로 한 것이나 5%의 배당을 보장하는 우선주에 의결권까지 붙여준 것은 시작이었다. 이어 8천9백40원으로 의결된 신주발행가를 수용할 수 없다는 AIG측의 입장이 미국 언론을 통해 몇차례 흘러나오더니 2주일만에 7천원으로 어물쩍 내려가게 된 과정도 미스터리다. 7천원은 AIG가 처음 요구했던 금액이다. 신주 발행가를 번복한 현대증권 이사회는 이에 대해 이렇다 할 설명이 없다. "꼭 내 입으로 말해야 하겠느냐"는 식이다. 금감위의 압력이 작용했음을 우회적으로 시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금감위는 "발행가격은 현대와 AIG 사이의 문제"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법규를 지키면서 발행가를 7천원에 맞추기 위해서는 현대증권 주가가 최소한 7천7백80원으로 떨어져야 한다. 주가가 내려가지 않는다면? 주가하락 조작에 대한 의구심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10일에는 현대증권과 현대투신증권 창구에서 대량 매도물량이 쏟아져 나왔다. 매도주문의 주체가 누구인지,앞으로 유사한 매매는 없을지 금감원은 과연 규명할 것인가. 허원순 경제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