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九旬기념 개인전 여는 月田 장우성 화백 ] 국내화단의 최고 원로중 한 사람인 월전(月田) 장우성 화백이 13일부터 서울 팔판동 가진화랑에서 구순을 기념한 개인전을 열어 화제다. 90세의 나이에 개인전을 갖기는 월전이 처음이다. 이당(以堂) 김은호 문하로 한국화에 입문한 후 조선미술대전 연속 4회 특선을 수상하고 34세 나이인 1946년에 서울대 미대 교수를 역임한 장 화백은 근대 한국화의 산 증인. 원로작가인 박노수 서세옥 권영수씨 등이 그가 가르친 서울대 미대 1회생이다. 가진화랑 개관 초대전으로 마련된 이번 개인전에서 월전은 담백하면서 간결한 필치로 세태를 풍자한 문인화 20여점을 내놨다. 그는 "산수풍월도 좋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는 현실에서 느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반영했다"고 한다. 이전투구식인 정치현실을 뼈다귀를 놓고 서로 싸우는 개에 풍자한 작품이나 배꼽티에 한 손엔 핸드폰을 다른 한손엔 담배를 피는 신세대여성을 '단군의 150대손(孫)'으로 표현한 그림 등에서 한국의 현주소에 대한 노 화백의 불만을 엿볼 수 있다. 요즘도 틈틈이 한시를 즐겨 읽는다는 그는 "한국화를 하려면 동양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과일이 가장 원숙할 때 당도나 향기가 좋듯이 한국화도 원숙미가 있을 때 가장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말했다. '까마귀가 밤에 우네/그 소리 어찌 그리 스산한가/듣기 싫다,듣기 싫다/어서 천리 만리 밖으로 물러가거라' '까마귀 울음'이란 제목의 한시를 곁들인 문인화 작품에선 월전의 격조 높은 문기(文氣)가 여전히 살아있다. 장 화백은 왼쪽 귀가 약간 어두운 것을 제외하곤 아주 건강한 편이라고 한다. 노익장을 과시할 수 있는 것은 운동 때문. 17년전인 73세때 늦깎이로 골프에 입문한 그는 요즘도 친구들과 어울려 매주 한 두차례 라운딩에 나선다. 드라이버 샷 거리가 전에 비해 줄긴 했지만 1백50m를 넘고 핸디도 평균 90대를 유지한다고 한다. 그는 "노인이 즐기기에 골프만한 운동이 없다"며 "만나는 후배마다 골프를 배울 것을 권유할 정도로 이제는 골프광이 돼버렸다"고 털어놨다. 전시는 26일까지. (02)738-3583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