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현실화되는 IT 실업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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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기자님,안녕하셨습니까.
저는 이번에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건너가게 됐습니다.
그동안 많은 도움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K씨가 최근 보내온 e메일이다.
이처럼 요즘들어 직장을 그만둬 인사를 드린다는 e메일이 부쩍 많아졌다.
하루에 평균 7∼8건에 이른다.
e메일의 주인공은 대부분 IT(정보기술)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이다.
상반기만 해도 이런 소식을 보내 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있다 하더라도 직장을 옮긴다는 내용이 주류였다.
인터넷을 이용해 판촉물을 판매하는 P사는 최근 웹 디자이너 모집공고를 냈다.
1명 모집에 지원자는 무려 1백60명.P사는 이 많은 지원자중 누구를 골라야 할지 고민끝에 L씨를 선택했다.
IT 경기 침체가 초래한 고용시장의 한 단면이다.
IT경기 불황이 실업 대란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민의 정부에서 일자리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 IT산업이 힘을 잃으면서 새로 인력을 뽑기는커녕 있는 직원도 내보내는 곳이 급증하는 추세다.
많은 닷컴기업들이 아직 수익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조달 자금을 모두 써버리고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원에 나서는 곳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IT 실업대란은 세계적인 IT 경기 침체속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가 상당부분 '거품'을 조장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는 IT강국을 기치로 많은 자금을 IT벤처에 지원해줬다.
주요 부처가 벤처에 대준 자금은 지난 한해만 해도 정보통신부 4천4백39억원,산업자원부 9천7백97억원,과학기술부 1천5백89억원,문화관광부 7백21억원 등에 이른다.
이처럼 많은 지원금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를 거뒀는지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수익성을 갖추지 못해 빨리 퇴출되는게 더 나은 부실기업의 생명만 연장시키고 결과적으로 국민부담만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원업체 결정과 관련한 잡음도 비판 대상이다.
이제라도 IT벤처 육성 정책과 실업대책에 대한 총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강현철 기획부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