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유로貨 대책 부심.."루블화 재앙의 전철을 밟지말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내년 유로화의 본격 통용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이 환차손 및 판매가격 하락 방지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EU(유럽연합)가 실질적인 단일통화체제로 들어가면 환율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 데다 국가별 제품판매 가격의 차이가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가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한 지난 91년 루블화로 거래를 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본 경험이 있는 기업들은 환리스크를 막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루블화(貨)재앙'의 전철을 밟지 말자=삼성전자 등은 91년 러시아와 거래하면서 달러 대신 루블화로 계약을 맺었다.
당시 고정환율제에서 시장환율제로 전환한 러시아는 달러에 대한 루블의 환율을 1대1로 잡았다.
기업들로선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더 없는 호기였다.
하지만 루블화 가치가 3개월만에 10분의1로 폭락해 국내기업들은 수천억원대의 환차손을 입었다.
동구권을 포함,유럽지역 해외법인의 부실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삼성 LG 대우전자 등은 유로화의 본격 통용에 대비,먼저 영업 및 회계 시스템을 유로화 기준으로 전환하고 있다.
독일 마르크,프랑스 프랑등 개별 통화의 가치 변동에 따른 환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11개 유럽지역 판매법인에서 46억4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삼성전자는 연말까지 협력업체 및 거래처들과의 거래를 유로화로 통일시키기로 했다.
유럽 각국 화폐로 표시된 수입신용장 등도 유로화 표시 신용장으로 바꿔 개설키로 했다.
전산시스템은 유로화 기준으로 변경했다.
유로화 기반의 ERP시스템을 구축,시뮬레이션 등을 반복하는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LG전자도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지역 금융센터를 설립하고 유로화 사용 본격화에 따른 결제와 자금관리에 필요한 준비 및 점검작업에 들어갔다.
전체 매출의 32%를 유럽에 의존하는 대우전자는 부품 구매 및 제품 생산,판매 등 모든 업무를 현지완료형으로 운영키로 했다.
◇국가별 판매가격의 격차를 줄인다=국내 기업들은 시장통합에 따라 물가가 낮은 국가를 기준으로 판매가격이 하향 평준화될 것으로 보고 물류 거점 및 판매법인 재구축 작업에 착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일화폐의 통용으로 직접 가격비교가 가능해져 소비재의 경우 물가가 낮은 그리스나 포르투갈 기준가격으로 하향 평준화될 가능성이 크고 그에 따라 대형 유통업체들의 가격인하 요구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비,유럽통합 물류센터를 네덜란드에 세우고 현지 거점별로 판매망을 재정비하는등 가격격차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섰다.
국가별 딜러공급 가격을 조정하고 분쟁시 중재업무를 담당할 별도 조직도 구축중이다.
최악의 경우 로컬 유통업체와 거래가 중단될 것에 대비해 독일의 메트로 그룹,영국의 딕슨스,프랑스의 킹피셔 등 범 유럽 유통업체들과 협력확대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