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온라인게임 한판대결이 일단 한국의 완승으로 승부가 났다. 올해 초 세가 캐콤 등 유명 게임 개발업체들의 명성을 앞세우고 한국에 진출했던 일본 온라인게임들이 회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고전하고 있다. 국산 온라인게임들은 여전히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게다가 새로운 인기 게임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어 국산 진영은 갈수록 세를 더해가고 있다. 특히 일본 게임들과 비슷한 시기에 나온 태울의 "신영웅문",웹젠의 "뮤" 등이 호평을 받고 있다. 온라인게임에 관한한 한국이 "지존"임을 재확인한 셈이다. 한솔텔레콤이 지난 4월부터 서비스하고 있는 일본 캐콤사의 온라인게임 "레인가드"의 경우 유료로 전환한 이후 회원이 더이상 늘지 않고 있다. 한솔은 올 상반기에만 이 게임 마케팅에 약 60억원을 쏟아부었으나 유료회원은 4천여명,동시접속자수는 3백여명 안팎에 머물고 있다. 캐콤이 10억엔을 들여 만든 대작이나 구성이 한국 게이머들의 정서에 맞지 않고 초기 마케팅에 실패해 게이머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한솔텔레콤은 게임사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데다 자칫 기업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최근 게임 운영을 맡고 있는 인터넷팀을 오는 10월 독립법인으로 분사시킨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분사 후에는 캐콤의 가정용 비디오게임을 국내에서 PC게임으로 보급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함으로써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것이 한솔측의 계획이다. 지난 5일 유료 서비스에 들어간 이포인트의 "다크 아이즈" 역시 기대에 미달하기는 마찬가지. 무료 서비스 기간에도 동시접속자수가 3천명선에 머물렀고 유료화 이후 동시접속자수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게임은 일본 세가의 자회사인 넥스텍이 제작했다. 일본의 유명 업체들이 제작한 온라인게임들이 한국시장 진입에 실패한 것은 무엇보다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솔텔레콤과 이포인트는 온라인게임 운영 노하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뛰어들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레인가드"의 경우 게임 도중 버그가 생겨 게이머들이 반발했는데도 유료화를 강행해 화를 자초했다는 얘기도 듣는다. 대기업의 경직된 의사결정방식 때문에 사업계획과 마케팅전략 수립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도 들린다. 한솔텔레콤의 경우 레인가드 운영을 맡은 인터넷팀은 당초 월이용료를 1만5천원대에서 결정했으나 본사에서 2만5천원대로 올리는 바람에 후발업체로서의 가격경쟁력 확보에 실패했다. 이와 함께 "리니지"류의 롤플레잉게임(RPG)에 익숙해 있는 국내 게이머들의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작품선정도 실패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물론 일본 온라인게임의 한국시장 공략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일본 온라인게임을 들여와 한국 게이머들에게 선보이려는 업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카마디지털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일본 에닉스의 온라인게임 "크로스게이트"를 들여와 다음달부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게임업체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게임은 진입장벽이 높고 운영 노하우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일본 온라인게임의 한국 진출이 실패한 것은 이를 간과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