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 '大慘事'] 세계보험시장 '테러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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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벌어진 테러 사태로 세계 보험업계가 태풍권에 휘말리고 있다.
세계 금융 중심지에서 벌어진 사상 초유의 테러 사건이었던 만큼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 규모도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이에따라 일부 보험사는 재정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에 처하게 돼 세계 보험시장 판도가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 워싱턴 등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테러로 인한 인적 물적 피해 규모는 미화 2백억달러를 크게 웃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화재는 세계무역센터(WTC)가 가입한 재물보험 산재보험과 개인적으로 가입한 생명보험 등을 모두 합치면 총 보험금이 1백17억∼2백1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까지 보험금 지급규모가 가장 컸던 것은 199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폭동사건이었다.
그때 지급된 총 보험금은 7억7천5백만달러에 달했었다.
지난 99년 전세계 손해보험 시장규모(보험료 기준)는 총 9천1백17억달러였다.
◇ 어떤 보험을 들었나 =이번에 붕괴된 세계무역센터는 건물 4억달러, 건물내 동산 및 기업휴지(Business Interruption) 11억달러 등 총 15억달러규모의 보험에 들어 있다.
이 보험을 인수한 회사는 알리안츠, 스위스리, 로열 앤드 선얼라이언스 등 세계적인 보험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해 있는 1천2백여개 금융사들은 별도의 재물.종업원 배상책임, 종업원 상해보험 등에 가입해 있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미국 기업들은 예상 가능한 피해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보험에 적극 가입하는게 관례라고 보험전문가들은 전하고 있다.
따라서 산재보험 피보험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치적 위험이나 테러 등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보상을 받으려면 전위험(All Risk)담보 계약을 맺어야 한다.
대한재보험 박상규 부장은 "대부분의 미국 기업들은 전위험 담보에 가입하는 추세여서 거의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랍후 폭발한 항공기는 항공기기체보험과 승객배상책임보험 승무원상해보험에 가입돼 있다.
항공기기체보험은 보험금 한도내에서 피해액을 보상하게 된다.
사망한 승객에 대한 배상은 개인별 한도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보험금 규모를 둘러싸고 피해자와 항공사간에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 국내 보험사에 미치는 영향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배상책임과 관련한 소송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미주 지역 보험인수를 기피해 왔다.
대한재보험은 외국에서 인수한 보험 물건중 미주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국내 손보사들은 이번 사태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세계적인 영업망을 갖춘 다국적 보험사들이 이번 테러사건으로 막대한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면 보험료율이 크게 오를 전망이다.
보험인수 능력도 크게 줄어 세계 재보험시장이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재보험사들은 지난 3∼4년 동안 평균 1백10%가 넘는 손해율을 기록, 보험인수를 기피하거나 요율을 계속 인상해 왔다.
재보험료율이 추가로 인상되면 국내 기업들의 보험료 부담도 늘어나는게 불가피하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