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동시다발 테러로 미국이 공항을 잠정 폐쇄한데 이어 캐나다도 12일(이하 한국시간) 항공기 이.착륙 금지 조치를 취함으로써 이날 북미로 떠나려던 여행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급한 약속을 잡아놨던 비즈니스맨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가 하면 미국과 캐나다행 관광 일정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관련업계도 타격을 받았다. 미 연방항공청(FAA)의 공항폐쇄 조치가 당초 예고된대로 13일 오전 1시부터 풀리더라도 당분간은 파행 운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행 항공편 완전 결항=12일 미국행 항공노선을 예약했던 승객들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인천국제공항에 나왔으나 미국은 물론 캐나다도 전면 비행 금지됐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지난 11일 밤부터 뉴스속보를 본 탓인지 인천공항은 그다지 붐비지는 않았지만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공항에 나온 사람들은 항공사에 우회 운항 방안을 타진해보기도 했다. 이날 미국 뉴욕행 대한항공 081편을 예약했던 방순옥(60.여)씨는 "딸의 출산을 돕기 위해 빨리 출국해야 하는데 공항 폐쇄가 자칫 길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낙담해했다. 또 로스엔젤레스에서 14일 의류수출건 상담 약속이 잡혀 있다는 구로공단내 P사의 김모 사장은 "계약을 꼭 체결해야 불경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데 항공편이 없으니 어떻게 하면 좋으냐"며 안타까워 했다. 이날 미국행 비행기 좌석을 예약한 승객은 대한항공 2천4백명,아시아나 9백15명 등 총 3천3백15명으로 집계됐다. 외국 항공사도 7백명 정도가 예약한 상태로 하룻동안 미국과 캐나다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한 승객은 4천여명에 달했다. 대한항공은 여객기 20편과 화물기 6편 등 모두 26편이 결항했고 아시아나는 괌과 사이판 노선을 합쳐 8개 노선을 띄우지 못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이날 하루 49억원 상당의 매출 손실을 기록했으며 아시아나항공도 15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 연방항공청은 13일 오전 1시부터 공항폐쇄 조치를 단계적으로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대한항공은 13일 미국내 공항 운영이 재개될 경우 일단 여객기 8편과 화물기 4편 등 12편을 예정대로 운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 항공도 미국행 여객기 6편과 화물기 3편이 정상적으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약문의 대한항공 1588-2001, 아시아나 1588-2000). 그러나 항공기 재배치 등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완전 정상화까지는 2~3일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여행업계 큰 피해 우려=미국에 대한 테러는 국내 관광업계에도 "심각한 타격"으로 작용했다. 롯데관광 대한여행사 등 국내 주요 여행사에선 평소 하루 수십통씩 걸려오던 미국 여행문의가 테러사건 이후 뚝 끊겼을 뿐 아니라 여행사별로 10~20여개의 기존 예약이 줄줄이 취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관광의 최종원 미주팀장은 "지난 91년 중동 걸프(Gulf)전쟁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당시 2개월 가량 중단된 미주지역 관광 중단 악몽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달 말 입국할 예정이었던 주한미군 가족 1백43명의 여행 일정이 불투명해지는 등 "인바운드(외국인들의 국내 여행)"부문도 상당한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인천공항 경계강화=인천공항경찰대와 보안당국은 미국적 항공기에 대한 추가 테러 등을 예방하기 위해 계류장에 있던 유나이티드와 델타,노스웨스트항공 소속 여객기들을 원격 주기장쪽으로 이동시켰다. 또 이동된 각 미국적 항공기 인근에는 무장경찰력을 배치,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 관리사무소와 공항세관은 항공기 탑승대기장소를 오가는 모든 출입자에 대해 휴대용 금속탐지기 검사를 실시하는 등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한편 법무부는 이번 테러참사와 관련,국제테러분자 1천8백여명의 입국을 봉쇄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체 입국금지 대상자 1만7천여명중 국제테러분자로 규정된인물은 모두 1천8백여명"이라며 "특히 이번 테러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간주되고있는 오사마 빈 라덴도 입국 금지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김재일.김희영.안재석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