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폭발적인 달러 매수 열기로 1,300원 목전까지 치닫는 등 상승세가 가파르다. 미국 동시다발 테러의 파장이 오히려 달러 매수쪽으로 방향을 내몰고 있는 가운데 달러/엔 환율과의 연동성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달러/엔은 118엔대로 내려선 상태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준전시체제에 돌입한 것이 시장심리를 불안에 몰아넣고 있으며 향후 어떤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시장 참가자들의 눈길이 박혀있다. 오후에도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논리나 메카니즘은 무시되는 가운데 분위기에 따라 부화뇌동하는 장세에 따라 1,300원 시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선 '(환율 급등이) 이해가 안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8원 오른 1,298.60원에 오전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환율은 지난달 1일 기록한 1,301원이후 6주중 최고치인 1,299원까지 치달아 오르기도 했다. 전날에 비해 무려 8.40원이나 오른 수준. 달러/엔의 118엔대 하락으로 전날보다 1.10원 낮은 1,289.50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 2분 뒤 1,291.50원으로 상승세로 방향을 바꾼 뒤 10시 1분경 1,297.80원까지 급하게 튀어올랐다. 개장가를 저점으로 쉴 새없이 올라왔다. 그러나 네고물량의 공급이 나오면서 호흡을 다져 10시 43분경 1,294.10원선까지 내려섰던 환율은 불안 심리 팽배에 따른 매수세가 재개, 11시 36분경 1,299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이후 환율은 소폭 반락하며 1,298.60원에 오전을 마쳤다. 뉴욕 증시 개장이 17일로 결정돼 시차를 둘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묻히고 있으며 수급상황보다는 미국의 보복공격이 상황을 어떻게 바꾸어놓을 것인지가 향후 방향의 이정표다. 시장 참가자들은 1,300원 정도면 고점으로 인식하면서도 불안심리 가중이나 주가 동향에 따라 추가 상승도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주가가 급락하면서 이에 기댄 달러 매수세가 들러붙었다"며 "국내 시장이 비정상적인 것을 증시가 대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전날 옵션만기일을 맞아 증권회사에서 절반 정도 손해를 만회한 뒤 다시 매도(숏)으로 돌려 증시를 조정하는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며 "1,300원 이상은 무리로 보이지만 뒤늦게 수요가 따라붙는 점이 불안요인이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팔려는 세력이 거의 없다"며 "1,300원 정도면 고점인식되고 있으며 결제수요도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나 불안 심리가 가중되면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차트상 레벨에 걸리지 않고 치솟아 1,300원 시도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엔 환율은 낮 12시 11분 현재 118.91엔으로 달러/원에 비해 변화의 폭이 좁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1,900억달러를 풀었지만 미국의 소비자 지수가 악화되면서 전날 달러/엔은 118.85엔에 했다. 9월 미시건대 소비자신뢰 지수는 83.6으로 지난 93년 3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다. 시장 관계자들은 뉴욕증시가 다음주 재개장된 뒤에야 달러화가 방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달러/엔은 쉽게 오름세로 방향을 바꾸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엔/원 환율은 원화와 엔화간의 결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1,091원선으로 올라서 있다. 전쟁 발발에 대한 우려감이 국제 원유가를 상승시키자 정유사 등지에서 결제수요를 앞당기고 있으며 역외세력도 헤지 강도를 높였다. 네고물량이 소폭 공급됐으나 환율 상승을 막기엔 역부족. 오후에도 추가상승을 거듭하는 가운데 당국의 조치가 없으면 하방경직성이 강해진 가운데 1,300원대도 넘볼 전망이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전날에 이어 주식 '사자'에 무게 중심을 실어 낮 12시 11분 현재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426억원, 87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중이다. 환율에 영향을 줄 만한 요인이 아니다. 국내 증시는 미국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식으로 말미암아 매도 손길을 부채질 하면서 같은 시각 3.04포인트, 15.18포인트 하락한 484.07을 가리키고 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