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사태에 따른 경제적 측면에서의 정부 대응조치가 어떠해야 할 것인지는 새삼 장황스럽게 얘기할 필요조차 없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 불안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둬야 할 것이고 경기부양책도 서둘러야 한다는데 이론(異論)이 있을 수 없다. 14일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장관 및 경제단체장 합동간담회에서 각 부처가 밝힌 대응책도 바로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은행이 저리(연 3%)로 지원하는 총액대출한도를 증액하는 등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증시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나 경기를 위해서나 현 시점에서 돈을 풀어 시장금리의 하향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문제는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확대공급해도 그 효과가 실물경제에 제대로 투영되지 못한다는데 있다. IMF 이후 각 금융기관들의 경직적인 자금운용이 문제가 돼왔지만,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미국 테러사태로 경제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지면서 해묵은 증상이 더욱 악화될 우려가 짙다. 통화채 발행규모를 축소하는 등 유동성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취해진다 하더라도 그것이 돌지 않는다면 효과가 반감할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기업대출상황을 점검하는 등 통화당국이 창구지도를 통해 기업자금경색을 풀어주려는 노력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 미국.일본경제의 동반침체로 국내경기 회복도 지연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테러사태가 덮친 만큼 재정정책도 기업지원 색채를 보다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재정립돼야 한다. 재정지출을 공공투자사업 위주로 확대하는 한편 사회간접자본(SOC) 민자사업에 대한 지원도 늘리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경기둔화로 세입전망이 악화되더라도 세출규모는 유지하는 방향으로 내년 예산을 짜겠다고 밝혔지만 이런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미국의 보복에 따른 중동정세 변화로 국제원유 수급사정이 어떻게 변할지, 이번 사태로 그동안 미국에 쏠렸던 부동(浮動)자금 움직임이 어떻게 바뀔지는 당연히 관계당국이 예의 주시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사안이다. 이번 사태가 세계경제에 미칠 파장은 지금으로서는 누구도 속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경제상황이 어려울수록 기업을 뛰게 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바로 그런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난국을 풀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