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일자) 또 하나의 교훈, 위기관리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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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발생한 테러참사는 여러가지 면에서 생각해 볼 점이 많지만 증권사를 비롯한 주요기관들의 위기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것도 빠뜨려서는 안될 것 같다.
이번에 붕괴된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해 있던 모건스탠리 등 주요 금융기관들이 원격지 백업시스템의 설치 덕분에 데이터를 보존함으로써 그나마 크게 혼란을 줄일 수 있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만약 우리가 그같은 테러를 당했다면 그 피해가 막대했을 것임에 분명하다.
이런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경우 원격지 백업센터 설치 등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다는데 근거한다.
실제로 물리적으로 동일한 장소에 자체적인 백업시스템을 갖춘 곳은 많아도 원격지 백업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는 곳은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작년에 동원증권 전산센터의 침수로 인한 누수사고로 며칠동안 거래중지가 발생했음에도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증권업법을 개정, 내년 9월까지 실시간 원격지 백업센터 설치를 의무화하려 했으나 비용유발 등의 이유로 무산됐고,그후 증권사들이 자체적인 추진을 밝혔지만 구체적 착수사례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
증권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증권거래소 역시 아직 원격지 백업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다.
한두곳을 제외하면 은행권도 마찬가지이고 대부분의 기업도 그러하다.
심지어 전자무역을 관장하는 무역정보통신은 다른데에 위치했던 백업센터를 거꾸로 동일건물 내로 이전시키기도 했다.
최소 1백㎞정도 떨어져야 엄밀한 원격지 백업이고 보면 우리 수준이 어떤지는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미국이 이번에 시스템상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지난 93년 세계무역센터 폭발사건의 교훈을 살려 철저히 대비해 온데 연유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만 해도 비용부담이 될 백업센터의 설치나 이용을 주저하던 미국기업들은 이를 계기로 사무실내 데이터센터 운영에서 탈피,원격지 백업으로 눈을 돌렸던 것이다.
우리도 이제 인식을 바꿀 때가 됐다.
이것은 비단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의 원격지 백업시스템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차원에서 전기 및 기간통신망의 보안과 안정성을 높이는 것도 같은 차원에서 필요하다.
미국 테러참사를 계기로 정부 기업 금융기관 할 것 없이 모두가 위기관리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관련제도의 정비나 투자에 결코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