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의 중심인 뉴욕 월스트리트가 앞으로도 그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지난 11일 사상 최악의 동시다발 테러 공격으로 처참하게 망가진 월스트리트가 과연 세계 금융의 심장부로서의 제 기능을 다시 할 수 있을지의 여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테러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를 비롯해 각종 금융기관들이 대거 몰려 있는 맨해튼 남부는 현재 폭파된 건물의 잔해와 먼지로 주변이 엉망이다. 게다가 세계무역센터 주변 건물들도 폭발의 충격으로 매우 위험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세계무역센터 건물 자체를 깨끗이 처리하는 작업만 1∼2년, 그 주변의 무너진 건물들을 다시 세우는데 5년은 족히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이 터진 직후 부랴부랴 허드슨강 너머 뉴저지주로 사무실을 이전한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들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되돌아가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나 리먼브러더스 등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해 있던 업체들은 물론 메릴린치 등 직접적 피해를 입지 않은 금융회사들도 '탈(脫)맨해튼'에 나서고 있다. 어차피 앞으로 10여년 정도는 맨해튼 남부 지역이 온통 공사판으로 변해 있을게 뻔하다는 계산에서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뉴욕 금융업체들 사이에서는 "월스트리트 주변에 있으면 되지 꼭 안에 있을 필요는 없다"며 맨해튼에서 좀 더 임대료가 싼 인근 지역으로 빠져 나가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었다. 물론 '월스트리트는 죽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맨해튼의 한 은행가는 "월스트리트는 여전히 세계의 금융 중심지"라며 "충격은 좀 있겠지만 금융기관들의 다운타운이라는 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 뉴욕 시민들의 재건 의지도 강력하다. 이들은 폭파된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을 이전보다도 더 높고 튼튼하게 새로 짓고야 말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