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회생 전망에 먹구름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채권단 지원이 "반쪽 지원"에 그쳤다. 당초 계획했던 5천억원의 신규자금 투입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의 회생 전망은 다시 "안개 속"에 묻혀 버렸다. 신규 자금 없는 하이닉스 지원은 "미봉책"이라는 게 시장의 일반적 시각이다. 하이닉스는 일단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대출만기 연장 등으로 수명을 연장할 순 있겠지만 정상화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신규 지원 왜 무산됐나=하이닉스 정상화 방안에 찬성 표를 던질 것으로 기대됐던 국민(채권비율 6.4%)과 주택(2.9%)은행이 신규 지원엔 반대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당초 산업(16.4%) 한빛(15.4%) 외환(15.3%) 조흥(12.9%)은행과 함께 이들 은행이 모두 찬성하면 동의율이 75%를 넘겨 정상화방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국민과 주택은행은 막판에 출자전환 등 기존 채무조정엔 동의하지만 신규 지원은 어렵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들 은행이 이같은 입장을 최종 결정한 데는 미국의 테러사태 등 돌발 변수도 크게 작용했다. 테러사태로 반도체 경기 회복이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신규 자금을 하이닉스에 지원하는 건 자칫하다간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데다 처음부터 신규 지원에 난색을 표명했던 신한 하나 한미 제일은행 등이 합세하면서 자금 지원안은 결국 무산됐다. 출자 전환만으로 괜찮을까=하이닉스의 정상화 방안에서 신규 지원이 빠짐에 따라 하이닉스의 앞날엔 먹구름이 끼게 됐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관계자는 "신규 자금지원은 원래 포함되지 않았다가 나중에 추가된 것"이라며 "3조원 출자전환과 여신 만기연장만으로도 유동성 위기는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신규 자금은 내년도 시설투자분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필요했던 돈도 아니다"며 "필요하다면 나중에 다시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신규 자금지원이 빠진 지원책이 당장 시장으로부터 얼마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대우증권 전병서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업체의 특성상 신규 시설자금 지원 없는 출자전환만으론 하이닉스의 회생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채권은행의 신규 지원이 어려울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하이닉스 주가는 곧바로 하한가로 내리 꽂혔다. 채권은행들의 신규 지원이 무산됨에 따라 기존 주주 등을 대상으로 추진할 계획인 1조원의 유상증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외환은행은 신규 지원을 포함한 지원안이 확정되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해 5천억원 정도의 유상증자는 성공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게다가 채권은행들이 하이닉스 지원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임에 따라 투신사들로부터 1조2천억원의 회사채 만기연장 동의을 받아내는 것도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