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살인마인가 민족의 영웅인가' 미국의 제거대상 제1호로 꼽히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44)'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빈 라덴은 FBI가 그의 목에 5백만달러를 현상금으로 내걸었을 정도로 요주의 인물이다. 반면 아랍계에서 그는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빈 라덴은 반미 회교 원리주의자로 예멘계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백만장자다. 그는 사우디 최대의 건설업체인 '빈 라덴 그룹' 회장 무하마드 빈 라덴의 아들로 16세때부터 이집트의 이슬람그룹과 접촉하며 회교 원리주의운동에 발을 내디뎠다. 사우디의 한 대학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빈 라덴은 졸업 후 아버지 회사를 잠시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79년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하자 아랍의 젊은이들과 함께 반공 회교저항운동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때부터 아랍권의 영웅으로 급부상한 그는 89년 소련의 아프간 철수 후 사우디로 화려하게 귀국했다. 하지만 94년 이집트 알제리 예멘 등에서 발생한 테러의 배후인물로 지목받고 사우디 당국으로부터 여권을 압수당하는 수모를 겪게 된다. 이후 수단에서 활동하던 그는 미국 및 유엔의 제재위협을 받은 수단에서도 추방된 뒤 행적이 묘연해졌다. 빈 라덴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98년8월. 케냐 및 탄자니아 주재 미 대사관 폭탄테러 이후 미국이 아프간 동부에 미사일을 발사하자 서방 방송과의 회견을 통해 그동안 아프간에서 활동해온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군은 걸프전 이후 주둔해온 사우디에서 철수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죽음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시 종적을 감춘 빈 라덴은 지난 2월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시에서 열린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하면서 대중앞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빈 라덴은 모습을 감춘 채 지난 96∼98년 세차례나 사우디 및 다른 '성스러운 장소'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 세력에 대해 성전(지하드)을 발표했다. 미국이 아랍의 순수성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믿는 그는 93년 세계무역센터 1차 폭탄테러를 비롯 92년 발생한 거의 모든 반미테러의 배후인물로 지목돼 왔다. 아랍권에서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빈 라덴의 총 재산은 모두 3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는 경제적인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간의 탈레반 정부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신변을 보장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