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센터(WTC) 테러 참사 4일째를 맞아 실종자로 신고됐던 사람들이 살아 있는 것으로 속속 확인되면서 가족과 친지들을 안도케 하고 있다. 그러나 보잉항공 엔지니어 이동철씨(48)는 희생된 것으로 확인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뉴욕총영사관과 한인회는 사고 당시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한국인중 상당수가 안부를 전해와 14일 오후 11시(한국시간) 현재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은 16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이날 사고 이후 연락이 끊겼던 딸 김지연씨(29)의 전화를 받은 임경숙씨(58·여·서울 한남동)는 얼굴에 흐르는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무역센터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지연씨는 그동안 정신없이 주변사태를 수습한 뒤 이날 오전에서야 겨우 안전하다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려왔다. 임씨는 "생사마저 확인할 수 없는 현실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며 "지금은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 이외엔 할말이 없다"고 밝혔다. 이동철씨는 사고 당일 로스앤젤레스로 가던중 피랍돼 워싱턴 국방부 건물에 충돌한 아메리칸항공 77편(보잉757) 탑승자중 한명이었다. 이에 따라 한인 희생자는 보스턴 의대 김지수 교수(34·여)를 포함해 2명으로 늘어났다. 이씨의 부인 이정미씨는 "남편을 잃은 슬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라면서도 "같이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의 가족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며 북받치는 감정을 자제하려 애썼다.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한인 실종자 가족들은 살아있을 것이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뉴욕의 참사현장과 병원 등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만 기다리고 있다. 사고 당시 세계무역센터 84층에 근무했던 LG화재 구본석 뉴욕지점장(42)의 부인 조윤호씨(37)는 이날도 남편의 생존흔적을 찾기 위해 하루종일 폐허로 변한 맨해튼 거리를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람에겐 무조건 다가가 구 지점장의 사진을 내밀지만 아직껏 남편을 봤다는 사람은 없다. 조씨는 "건물 잔해속에서 우리 교민 여러명이 살아 남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이도 어디에선가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강한 믿음을 보였다. 뉴욕총영사관과 한인회가 확인한 실종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이현준(33·뉴욕주정부 근무) △강준구(Esped) △크리스티나 육(Cantor flitzerld) △린다 장(Cal은행) △팬라 주 추(추지연) △스튜어트 리(31) △이명우(42·회계법인) △윤덕팔 △구본석(LG화재보험) △김재훈(27) △최연호(월스트리트 증권회사) △김재인(53)△김경희(36) △박혜영 △조경희(30)△댄 송(34·Cantor Fitzgerald) 뉴욕=육동인 특파원.유병연 기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