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한때 1,300원을 위협하는 등 불안감에 시달린 끝에 한달 보름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과는 결별 절차를 밟았으며 국제 금융시장의 달러 약세 분위기에서 '낙오'됐다. 미국 테러쇼크의 낙진이 달러보유심리를 강화시킨 가운데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의 향후 대응과 강도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 증시가 다음주 17일 재개장키로 결정됐으며 주말 미국의 보복 대응여부가 시장 심리를 위태로운 외줄타기로 몰아가고 있다. 달러 매수(롱) 마인드가 이어지고 있어 다음주에도 추가 상승을 통한 1,300원대 진입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포지션은 달러매수초과(롱) 상태로 끝나 달러화가 밀릴 경우 1,280원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위아래 두 방향으로 문을 열어놓고 뉴스를 기다려야 되는 형국이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5.70원 오른 1,296.20원에 한 주를 마감했다. 지난 8월 1일 1,296.50원에 마감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 미국의 전시체제 돌입에 따라 긴장이 고조되면서 유가나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하고 있다. 엔/원 환율은 1,090원대로 돌입했다. ◆ 위아래 모두 열린 장 = 장세는 트렌드보다는 분위기에 의해 쉽게 휩쓸리고 있다. 외환 딜러들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태며 일촉즉발의 전쟁 발발 여부와 미국의 기습적인 금리 인하 여부가 관건이다. 1,300원에 대한 경계감이 짙은 상태에서 미국의 행동 하나하나가 시장에 민감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오늘 달러/엔과 거리를 뒀으나 다음주에는 미국이 과연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달러/원과의 갭이 채워질 수도 있다"며 "장이 엷은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위아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습과 전격적인 금리인하에 따른 2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으나 공습 쪽이 가능성이 더 많다"며 "다음주 거래는 1,285∼1,305원으로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전쟁 발발 위험과 유가 불안 등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커서 달러 대비 약세를 가는 것"이라며 "1,300원이상 오를 가능성이 있으며 하방경직성이 강해 다음주는 1,293∼1,305원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 비정상적인 시장 상황 = 달러/엔 환율과의 연결고리는 끊어진 반면 이상 매수 열기가 시장에 들끓었다. 미국 테러사태에 따른 준전시체제 돌입이 달러 보유 심리를 크게 자극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시장 논리나 메카니즘은 무시돼 '(환율 급등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곱씹기도 했다. 유가 급등에 대한 우려가 퍼지면서 정유사 등을 중심으로 결제를 앞당기는 낌새가 완연했다. 수출은 차질을 빚고 있는 반면 급한 결제수요는 앞당김으로써 시장 수급은 수요 우위쪽으로 기울었다. 네고물량은 1,299원선 이상에서 소규모로 공급됐으나 오름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역외세력도 헤지 강도를 높여 1억∼1억5,000만달러 이상 물량을 받아가면서 환율 상승에 동참했으며 전날 옵션만기일이었던 증권사가 추가적인 이익 회수를 위해 주가를 밀어냄으로써 자극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달러/엔 환율은 오후 5시 12분 현재 118.84엔이다. 전날 주요국 중앙은행이 1,900억달러를 풀었지만 미국 소비자 지수 악화로 달러/엔은 뉴욕장에서 118.85엔을 기록했으며 도쿄에서도 하락세를 잇다가 일본 정부의 구두개입으로 소폭 올랐으나 119엔대 안착에는 어렴움을 겪고 있다. 9월 미시건대 소비자신뢰 지수는 83.6으로 지난 93년 3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다. 시장 관계자들은 뉴욕증시가 다음주 재개장된 뒤에야 달러화가 방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화와 엔화간의 결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엔/원 황율은 한때 1,091원선까지 오르기도 했으며 1,090원선을 기록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달러/엔의 118엔대 하락으로 전날보다 1.10원 낮은 1,289.50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 2분 뒤 1,291.50원으로 상승세로 전환, 파죽지세로 오르며 10시 1분경 1,297.80원까지 급하게 튀었다. 그러나 네고물량의 공급이 나오면서 호흡을 다져 10시 43분경 1,294.10원까지 내려섰던 환율은 불안 심리 팽배에 따른 매수세가 재개, 11시 36분경 1,299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이후 환율은 소폭 반락하며 1,298.60원에 오전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40원 오른 1,299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잠시 1,298.40원으로 내려선 뒤 1시 39분경 1,299.20원까지 상승하며 오전중 고점인 1,299원을 넘어섰다. 이후 네고물량과 차익실현 매물이 소규모로 나오면서 환율은 레벨을 조금씩 내려 1,295원까지 흘러내린 뒤 매수세 유입으로 1,297원선을 다시 걸었다. 장 막판 물량을 다시 털면서 밀린 환율은 1,296.30원에 마감했다. 장중 고점은 1,299.20원, 저점은 1,289.50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9.70원. 이달 들어 환율 이동범위가 가장 넓었다. 이날 환율 상승세를 부채질한 국내 증시는 미국의 전쟁 선표, 보복 임박 등 테러후폭풍 우려가 시장심리를 불안속으로 밀었다. 이에 따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6.96포인트, 3.40% 내린 482.29로 마감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전날에 이어 주식 사자에 몰리며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501억원, 94억원의 매수우위를 보였으나 환율과는 무관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2억6,41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6억9,75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3억7,900만달러, 2억2,660만달러가 거래됐다. 15일 기준환율은 1,296.7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