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역사상 최악의 테러를 당했다. 군사적 측면에서 세계유일의 초강대국임을 상징하는 미 국방부가 속수무책으로 테러공격을 당해 안전보장체계에 심대한 결함이 있음이 밝혀졌다. 또 1백10층이나 되는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도 미국의 자존심과 체면이 무너져 내리듯 붕괴되고 말았다. 미 국민의 90% 이상이 전쟁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배후세력을 찾아내 철저히 응징해 주길 바라고 있으며, 부시 대통령 역시 철저히 보복할 것을 천명했다. 미국의 즉각적이고도 철저한 보복은 분명히 이루어지겠지만 테러행위가 일어나고 수삼일이 지나는 지금 냉정한 이성적 판단과 신중한 대응의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어 부시 행정부가 어떤 정도로 응징할 것인가가 주목된다. 수많은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 행위자에 대한 응징은 백번 옳다고 하겠으나 그 응징이 테러를 근절시키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단히 효과적인 보복이 되어야 할 텐데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그렇다면 미국은 이 사태를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가. 첫째, 보복의 대상이 명확하고 분명해야 한다. 이번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오사마 빈 라덴을 응징하는데는 주저할 이유가 없으나 심증만 갖고 관련국가들을 보복할 경우 자칫 잘못하면 이슬람 과격세력들의 결집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명백백한 증거를 갖고 보복공격을 감행해야 할 것이며 그것도 신속히 단기간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시간을 끌게 되면 부시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손상이 갈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분노만큼이나 공포에 사로잡힌 미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CNN 여론조사에 의하면 '당신도 테러를 당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물음에 60%에 가까운 사람들이 불안을 느낀다고 답변하고 있다. 둘째, 미국내의 공항 및 항공기 안전검색이 더욱 강화돼야 하겠다.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허용하려는 미국식 항공기 운항방식은 더 이상 허용될 수 없다. 국토가 광대하다 보니 비행기를 마치 시내버스 타듯 빈번히 이용하는 나라에서 과도한 검색은 승객에게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항공운송업체들이 반대해 왔지만 4인치 미만의 칼을 소지할 수 있는 자유가 이번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었다. 셋째, 테러행위자들에 대한 철저한 응징과 함께 지혜를 모아 미국에 저항하는 이슬람 과격세력들을 대화와 외교로 공존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한사람의 도둑을 열사람이 막지 못한다고 했다. 아무리 철저한 테러 예방정책을 펼친다고 해도 완벽게 막아 낼 수는 없다. 지금까지 이슬람 과격세력들은 부시 정권이 지나치게 이스라엘을 편들고 있다는 불만을 표시해 왔다. 미국이 테러의 주 공격목표가 되는 이상 세계 정치,경제,문화의 교류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행여나 의기소침해져 소극외교의 입장을 견지할까 우려된다. 테러가 발생한지 얼마 안지난 지금 미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다. 따라서 테러를 배후에서 조종한 세력에 대해 적절한 응징을 하게 되면 미국민들은 어느 정도 가슴을 쓸어 내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충격이 워낙 컸던 만큼 악몽같은 사태가 또 발생하지 않을까라는 불안이 멀지 않아 고개를 들게 될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이 더 이상 테러 대상이 되지 않도록 '골머리 아픈 국제문제에서 발을 빼라'는 주문이 미 국민들 사이에 요원의 불길 처럼 번져 나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대외문제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띨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다시 대량 살상의 테러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국가간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테러방지의 국제 협력체계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테러 방지 대책이 핵무기 확산방지 대책이나 미사일 방어 대책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한 만큼, 아직도 테러지원국이라는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떳떳한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남북 간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kmkim0828@hanmail.net ---------------------------------------------------------------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