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시민들은 빠른 속도로 평상심을 회복해가는 듯 했다. 화창한 가을 휴일인 15일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1㎞도 떨어져 있지 않은 펜타곤쇼핑센터 주차장엔 빈 곳이 거의 없었다. 대형할인점인 프라이스클럽(코스트코),전자제품매장인 베스트바이,대형서점인 보더스에도 손님들이 북적거렸다. "테러 직후 하루 이틀은 썰렁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주말이어서인지 손님들이 적지 않습니다. 평소의 90% 정도는 될 것 같군요" 계산대의 직원은 점심 무렵부터 손님들이 더 늘고 있다고 말했다. 테러 직후 움츠렸던 시민들은 서서히 정상적인 생활패턴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전날 들렀던 식료품가게인 트레이드 조에도 손님이 20∼30% 줄었지만 곧 평소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매니저인 밥 트레이시는 기대했다. 하지만 워싱턴DC의 한 복판에 있는 백악관 주변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워싱턴DC에 내려졌던 비상사태가 14일 자정부터 해제됐는데도 백악관 주변에는 주차할 수 없었다. 경찰들이 주차할 곳을 찾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다른 곳으로 돌려 보냈다. 사진촬영으로 붐비는 백악관앞 E스트리트 보도에도 관광객들은 십수명에 불과했다. 평소 주말같으면 수십명이 몰려들어 사진을 찍느라 북새통을 이뤄 차량통행마저 여의치 않은 곳이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또하나의 명물인 조지 워싱턴 대통령 기념탑은 공사로 폐쇄돼 관광지 같은 모습을 잃었다. 워싱턴 대통령 기념탑을 마주보고 있는 링컨 대통령 기념관을 찾은 관광객들도 평소의 절반에 불과했다. 백악관은 텅 비었다. 이날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파월 국무장관을 비롯한 안보관련 장관들은 캠프데이비드 별장에 집합했다. 24시간 테러특집 생방송을 나흘째 보내고 있는 ABC 등 주요 방송들은 이날부터 1,2차 세계대전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기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들에게 정상적인 생활을 당부했지만,워싱턴은 바늘끝만 들이대도 터질 것 같은 긴장감으로 휴일을 보내고 있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