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세 불안 때마다 안전한 통화로 각광받아온 달러화가 이번에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테러사태후 국제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으면서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테러정국의 한 복판에 있는 미국경제의 침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달러화는 지난 주말 일본엔화에 대해 달러당 1백17엔선을 기록, 지난 11일 테러사태 발생후 약 4엔(3.5%) 떨어졌다. 유로화에 대해서도 테러사태 직전의 유로당 0.89달러선에서 지금은 유로당 0.92달러대로 하락해 있다. 유로화에 대한 하락률은 2.5%. 영국파운드화에 대해서도 달러가치는 약 2.2% 떨어졌다. 이처럼 달러가 주요 외국통화들에 대해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외국 통화는 지난 주말 달러당 1.6259프랑을 기록한 스위스프랑화. 지난 11일이후 지금까지 달러가치는 스위스 프랑화에 대해 3.7% 하락,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테러사태후 스위스프랑화 값이 가장 많이 오른 것. 이는 미국에서 빠져 나온 국제자금이 스위스로 가장 많이 몰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와 관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스위스가 중립국이어서 국제정세불안에 영향을 적게 받는데다 스위스 경제가 탄탄해 스위스프랑화가 미국 달러화를 제치고 당분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통화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테러사태로 스위스프랑화가 국제자금의 '안전도피처(safe haven)'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달러가치는 이번주에도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달러는 금주중 엔화에 대해 1백14~1백15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로화에 대해선 유로당 0.95달러선까지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외환전문가들은 엔과 유로화에 대해 각각 달러당 1백10엔, 유로당 1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그러나 이같은 대폭락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제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는 선진 7개국(G7)이 시장개입을 실시, 달러폭락 저지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