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국 심장부에 사상초유의 동시다발테러를 저지른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은 서로 다른 성격의 테러단체들을 느슨한 형태로 관리하는 일종의 "테러 벤처캐피털리스트"인 것으로 알려졌다. BBC방송은 15일 빈 라덴의 소재는 물론 그가 이번 테러에 어떤 식으로 관여했는지에 대해 아직까지 명확히 알려지지 않는 것은 빈 라덴을 정점으로 하는 테러조직이 다른 테러단체와 성격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알 카에다(Al Qaeda)"로 알려진 이 조직은 명확한 명령 체계하에서 밀접한 연관관계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별로 작전을 수행하는 단체들의 연합체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단체간 관계 또한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이들은 중동과 아시아는 물론 북미와 유럽지역 등 40개국 이상에 흩어져 각종 테러를 자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조직 구성원과 전위조직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은 물론 조직의 자금줄 파악에도 엄청난 작업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각종 테러에서의 빈 라덴의 역할을 명확히 파악하기가 어려워진다. 실제로 많은 이들은 빈 라덴을 "지하드사(社)" 또는 "지하드닷컴"을 운영하는 이슬람 극우계의 "벤처캐피털리스트"라고 묘사하고 있다. 빈 라덴은 어떤 단체가 테러 계획을 가지고 찾아오면 돈을 대주기도 하고 한 단체를 다른 단체와 연결시켜주기도 한다. 또 자신이 직접 세운 테러계획을 수행할 청부단체를 찾는 등 본인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다른 단체들을 동원하거나 연결시켜 테러를 획책한다. 빈 라덴은 이외에도 미국과의 테러전쟁에 목숨을 거는 자들을 대상으로 한 군사훈련 캠프를 10여곳 이상 운영하는 등 "미래의 이슬람전사" 키우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마디로 빈 라덴은 테러에 관한한 "벤처캐피털리스트"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