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의 국내활동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광고주로 유치하기 위한 광고회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전담팀이 속속 만들어지는가 하면 아예 외국기업만 상대하는 광고회사도 탄생했다. 또 외국기업이 많아지면서 광고 프리젠테이션(PT)이 영어로 진행되는 경우도 더 이상 낯선 풍속도가 아니다. 지난해 외자계 광고주의 국내 광고비는 4대매체 기준으로 4천7백억원. 국내 4매체 총광고비 3조9천6백억원의 11.8%에 달한다. 이 시장은 지금까지 외국계 광고회사가 대부분 차지해왔지만 내로라하는 국내광고사들의 반격이 시작돼 경쟁이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LG애드는 최근 외국기업 전담팀인 기획12팀의 인력과 조직을 대폭 강화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LG는 얼마전 유럽지역 주한상공회의소와 대사관직원들을 초청해 한국 광고산업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기획12팀 최욱 부장은 "한국상황과 국제기준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방향감각을 제시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애드는 국내 광고회사 중에선 유일하게 영국 옥스포드대 출신의 마이클 드 비어라는 외국인AE도 채용하고 있다. 이에 앞서 제일기획은 지난 6월 업계 처음으로 외자계 광고주 유치를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웰라코리아,피자헛,P&G,아우디,아디다스 등 유명 다국적기업의 광고를 대행해 본 경력자 10명으로 팀을 구성했다. 지난 28년간 쌓아온 데이타베이스와 마케팅,매체플래닝 등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광고대행 뿐만 아니라 이벤트,판촉,홍보 등의 종합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제일기획이 내세우는 강점. 독립광고대행사의 선두주자인 웰콤은 계열사인 퍼블리시스웰콤을 외자계전문 광고대행사로 육성하기로 하고 지난 3일 조직을 대폭 강화했다. 웰콤의 간판스타인 문애란 부사장을 퍼블리시스웰콤의 대표로 임명해 국내광고주는 웰콤,주한외국기업은 퍼블리시스웰콤이 맡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에 따라 웰콤에서 대행하던 OB맥주(벨기에 인터브루사에 인수됨)카프리와 르노삼성자동차 광고가 퍼블리시스웰콤으로 넘어갔다. 다국적기업의 진출과 한국기업의 국제화가 진척되면서 영어로 진행되는 프리젠테이션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얼마전 리앤디디비를 새 광고대행사로 선정한 외환카드는 합작사인 올림푸스 캐피탈의 외국인 임원진을 위해 우리말과 영어 두가지 언어로 PT를 진행했다. 지난해 1월 뉴브리지캐피탈로부터 외국자본을 유치한 제일은행의 최근 PT도 마찬가지. 호리에 행장을 비롯해 25명의 경영진중 16명이 외국인이라 3차례 벌어진 PT에 참여한 광고 대행사들은 영어기획서와 PT를 따로 준비했다. 제일기획 배동만 사장은 "외국광고대행사의 국내진출을 걱정만 하지 말고 한국광고회사들도 국제화감각을 다듬어 외자계 기업을 적극 공략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