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전문기자의 '유통 나들목'] '한심한' 유통업계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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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 할인점 등 19개 대형 유통업체들에 대한 20일간의 서면조사를 이달초 끝냈다.
내달초부터는 현장확인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를 통해 △판촉행사때 협력업체들에 각종 비용을 부담시키는 행위 △매입단가를 일방적으로 낮추는 행위 등을 집중 조사한다고 밝혔다.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는 올들어 두번째다.
지난 3월에도 많은 업체들이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특히 공정위의 처분에 불복한 까르푸는 정밀조사를 통해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뿐만 아니다.
시청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와 소방서 식약청 경찰 등 수십개의 공공기관이 수시로 백화점과 할인점의 어두운 곳을 뒤지거나 발목을 잡고 있다.
좀 심하게 말하면 대형 유통업체들은 행정기관의 '좋은 먹잇감' 구실을 하는 셈이다.
왜 이런 일이 되풀이될까.
그 배경에는 '유통업체는 손님 지갑에서 돈을 긁어내거나 협력업체를 쥐어짜기에 급급한 기업'이란 부정적인 시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물론 펄쩍 뛴다.
유통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 기여도가 크다고 반박한다.
수출로 돈을 벌어들이는 제조업이나 소비를 촉진시켜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유통업이나 경제에 이바지하는 건 마찬가지라고 항변한다.
대형 점포를 전국 곳곳에 늘리는 과정에서 고용창출 효과도 엄청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통기업들이 항상 몰매를 맞는 것은 자기관리를 게을리한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
'부녀회 야유회'등에는 찬조금을 내면서 장애인행사는 외면하는 기업이 득세하는 한 유통업계는 만년 '샌드백'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협력업체 목조르기에 유능한 기업이 선두주자라고 큰 소리를 치는 한 유통업계는 한낱 장사꾼이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른바 유통업계 빅3라는 롯데쇼핑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3개 기업이 앞장서 스스로의 품격을 높이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