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나라살림을 어떻게 꾸려 갈 것인지가 무척 난감한 문제로 등장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경제가 미국의 테러보복 움직임 등으로 인해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유동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기일안에 국회에 제출한 뒤 국회심의를 받으면서 국내외 상황변화를 감안한 수정예산을 추가로 제출하거나 아니면 금년도 2차 추경예산 편성을 검토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도 그같은 이유에서다. 정부와 여당은 일단 내년도 예산안을 금년(추경 포함)보다 7% 내외로 늘린 1백12조∼1백13조원으로 편성한다는데 합의하고 내주 초 정부안을 최종 확정,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금년도 본예산에 비하면 12∼13%가 늘어난 것으로 예년의 경우라면 팽창예산으로 지적받을 만한 규모이지만 당면한 경기침체를 감안하면 지나친 재정지출 확대로 간주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싶다. 모든 경제정책이 비상계획에 의해 집행되고 있는 마당에 재정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아직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이르지만 최소한 내년 국내외 경제상황은 금년보다 더 어려워지면 어려워졌지 개선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따라서 내년 예산은 우선 경기파급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불가피하다면 오는 2003년으로 잡았던 균형재정달성 목표를 늦추더라도 과감한 재정확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재정지출의 내용을 어떻게 편성하느냐는 점이다.재정규모를 어떤 항목에서 늘리든 경기부양에는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가는 좀더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재정투융자사업을 늘리는 것이 경기부양 효과를 거두는 동시에 기업활력 제고를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바꿔 말하면 복지지출 확대 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지양돼야 한다는 얘기다.특히 우리가 이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내년에 대선이 예정돼 있어 자칫 소모성 복지지출의 확대 가능성이 어느해보다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쨌든 내년 예산편성은 정부안 확정이나 국회심의 과정에서 국내외 경제환경 변화를 반영해 신축적으로 대응하되 경제활력을 되살릴 수 있는 생산적 지출확대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이같은 원칙에 충실한다면 방법은 2차 추경이든 수정예산을 편성하든 하등 문제될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