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전쟁] 초읽기 들어간 '21세기 첫 전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미국이 '더러운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천명했다.
미국은 16일(현지시간) 공격목표를 아프가니스탄은 물론 세계 60개국 테러집단으로 확대하면서 공습, 특수부대 투입 등 정규병력 동원뿐 아니라 암살 공작 등 '더러운 전술'도 적극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러와의 '21세기 첫 전쟁'은 장기전 양상을 띠면서 '더러운 전쟁'이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형태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 새로운 전쟁 =장기전 양상을 띠게 될 '더러운 전쟁'은 걸프전을 성공적으로 수행,최고의 전략가라는 명성을 얻은 딕 체니 부통령의 입을 통해 나왔다.
체니 부통령은 이날 NBC방송에 출연, "대(對)테러전 수행은 현재 허가돼 있지 않은 비열하고 더러운 정보 전술에 의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전략 변화의 이유로 그는 "적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지난 걸프전과 달리 이번 전쟁은 전세계에 걸쳐 암약하고 있는 테러 네트워크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미 관련 규정 개정 등 '새로운 전쟁'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존 애시크로포트 법무장관은 16일 테러조직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전화 컴퓨터 통신 감청 권한 확대를 위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테러용의자를 암살하거나 암살음모를 꾸미는 것을 금지한 규정을 개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장기적이고 총체적인 전쟁 =조지 부시 대통령은 16일 "우리의 목표는 테러범을 찾아내고 만약 도주하거나 숨는다면 동굴 속까지 쫓아가 궤멸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사마 빈 라덴을 응징하는 것을 넘어 전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테러조직을 박멸하는게 이번 전쟁의 목표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 무력사용은 물론 외교 정치 경제 및 금융수단을 모두 동원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전투가 개시되더라도 수일 또는 수주일 만에 끝나지 않고 몇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는게 미국의 입장이다.
이날 파월 국무장관과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언론을 통해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국민들에게 주지시켰다.
길고 힘든 전쟁을 펼치는 동안 국민들의 인내와 희생을 요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인내를 요구하면서도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복귀해달라고 주문, 미국은 '반전시 반평화'라는 미묘한 상황을 맞게 됐다.
◇ 문명 충돌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같은 총체적이고 전면적인 전쟁 감행이 전세계적인 불안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특히 이슬람세계의 반발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조직의 궁극적인 목표가 이슬람세계에서 미국을 축출하는데 있다며 빈 라덴을 제거하더라도 반미 이슬람 극단주의자들 중에서 제2,제3의 빈 라덴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빈 라덴은 이라크 이란 등과 무기개발 등 공동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는 설도 있다.
이란은 미국의 반 테러전쟁에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빈 라덴을 향한 전쟁이 이슬람세력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비인도적인 공격으로 비쳐질 경우 어떤 입장을 취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미국과 대립관계에 있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생존을 위해 미국에 저항하고 있다.
반면 빈 라덴의 테러조직은 알라신이 있는 하늘로 가기 위해 언제든지 희생당할 준비가 돼있는 세력인 데다 그 조직이 전세계 35개국 이상에 퍼져 있다.
미국의 보복전쟁은 '길고도 힘든 전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송태형 기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