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사태 이후 원화만 '나홀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가 유로화.엔화 등에 대해선 약세를 면치 못하는 반면 한국에서만 기세를 떨치고 있다. 14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환율은 달러당 1백17엔대로 내려갔다. 대만 위안, 싱가포르 달러, 태국 바트 등도 일본 엔과 마찬가지로 테러사태 이후 보합 또는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반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환율은 거꾸로 장중 한때 1천3백원선을 돌파하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테러 참사 뒤 엔화가 3% 가량 절상된 반면 원화는 이달 들어 2% 가까운 절하율을 보이고 있다. 외환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한국적 특수성'을 주요인으로 꼽는다. 한국은 미국에 대한 경제.안보.외교 의존도가 유달리 높다. 때문에 보복전쟁이 터지면 원화가 상대적으로 더 불안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원화의 '나홀로 약세'로 인해 원.엔화 교환비율도 이달 초의 10.7대 1에서 11대 1 수준으로 높아졌다. 올 상반기를 특징 지웠던 원.엔 동조현상도 거의 사라졌다. 한국은행은 동조현상이 중단된 데는 한국과 일본의 달러수급 차이도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일본은 최근 무역흑자 및 외자 유입폭이 확대돼 중앙은행이 환율 하락을 막느라 고민인 반면 한국은 무역흑자 폭이 계속 줄고 외자유입이 미미한 가운데 오히려 유출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한은 관계자는 "달러 수급차이, 외환거래량 감소, 원자재 수입자금 마련을 위한 달러 선취매, 딜러들의 달러매수 위주 매매패턴 등이 복합적으로 환율을 밀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외환거래량은 7월까지 하루 35억달러에서 8월엔 25억달러, 테러사태 뒤엔 20억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때문에 정유사 등의 달러 사재기가 약간만 가세해도 환율이 오를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그러나 외환당국은 환율상승을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원.엔환율도 덩달아 올라 수출개선 효과가 기대되고 1천억달러를 돌파한 외환보유액과 거주자외화예금(1백20억달러) 등 완충장치도 갖췄기 때문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