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보복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파키스탄등 인접 중동 국가의 상사 주재원과 그 가족들이 전쟁을 피해 현지에서 앞다퉈 철수하기 시작했다. 삼성물산 파키스탄 지점에 근무중인 고 준(43)부장의 부인 유영희씨와 자녀 고은비.고은지 양은 17일 오후 오후 7시45분 TG628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에 앞서 15일에는 라호르 주재 한보철강과 대우건설(2가족) 태창기업 등 우리기업 주재원 가족 20여명도 지난 15일 싱가포르항공편으로 싱가포르를 거쳐 서울로 들어왔다. 라호르 주재 대우인터내셔널 주재원 가족 13명도 16일 방콕을 거쳐 이날 오후 귀국했다. 유영희씨는 "파키스탄은 미국의 공격대상이 아니어서 아직까지는 평온한 분위기이지만 우리기업들은 어떤 돌발사태가 일어날 지 몰라 바짝 긴장하고 있다"며 "본사가 지점을 잠정 폐쇄키로 결정함에 따라 남편보다 일찍 귀국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교민들 중 대다수는 현재 항공기 표가 마련되는 대로 철수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이번 주말까지 전체 교민 가운데 절반 이상이 파키스탄을 떠나는 등 철수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의 상황을 전했다. 지난 83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유씨의 남편 고 준 부장은 89년부터 94년까지 카라치 지점에서 근무했으며 98년 7월 카라치 지점에 두번째로 부임,가족들과 함께 지내왔다. 삼성은 "고 부장도 진행중인 업무를 마무리하고 19일쯤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측은 이번 주재원 철수로 카라치 지점을 완전 폐쇄하는 것은 아니며 사태가 종결되는 대로 고 부장을 다시 현지에 부임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대우인터내셔널 외에 LG전자 주재원 가족 6명도 18일 방콕을 통해 들어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주재 우리 교민들의 철수에는 라호르와 카라치에서 방콕으로 가거나 카라치에서 베이징을 거쳐 귀국하는 항공편이 주로 이용되고 있다. 파키스탄에는 현재 삼성물산,LG전자 현대종합상사 제이디무역 주원상사 등 13개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교민은 이슬라마바드 카라치 등에 1백50여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