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를 죽이는데 지금까지는 주로 방사선이 사용됐다. 몸 밖에서 다량의 감마선을 쪼여 암세포를 죽여 왔는데 부작용이 많았었다. 환자가 강한 방사선에 노출되는데다 방사선이 정상세포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 연구자들은 방사선 물질을 안전하게 몸 안으로 집어넣어 암세포 부위만 정확히 골라 죽이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유제만 상무를 비롯한 동화약품 연구진은 원자력연구소 등과 공동으로 연구해 이 목표를 현실로 만들었다. 지난 7월6일 신약허가를 받은 '밀리칸주'는 방사성 동위원소인 홀뮴을 이용하는 점이 특징.홀뮴을 원자로에 집어넣어 일정시간 중성자를 쪼여주면 분자량이 늘어나면서 불안정한 동위원소가 된다. 이처럼 불안정한 상태의 홀뮴은 안정된 상태로 바뀌는 과정에서 베타선을 방출한다. 이 베타선은 몸 속에서 2∼8㎜만 투과하기 때문에 불안정한 홀뮴을 몸속에 제대로 넣을 수만 있으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 연구팀은 홀뮴을 몸 속에 넣기 위해 천연고분자 물질인 키토산을 이용했다. 키토산은 홀뮴과 잘 결합하는 특징이 있는데다 산성인 상태에서는 용액으로 존재하다가 중성으로 환경이 바뀌면 젤처럼 물렁물렁한 반(半)고체 상태가 된다. 따라서 산성인 상태에서 키토산과 홀뮴을 합성해놓고 주사를 이용해 중성인 몸 안에 집어넣으면 합성물질이 젤처럼 굳어지기 때문에 암세포 주변에 정확하게 홀뮴을 밀어넣을 수 있다. 임상실험 결과 정상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 부위를 집중적으로 파괴하는 효과를 거뒀다. 특히 홀뮴의 반감기(방사성 원자수가 반으로 줄어드는 시기)가 26.8시간에 불과하기 때문에 치료를 받은 환자가 하루만에 회복세를 보인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똑같은 방식으로 관절염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관절염은 관절의 연골 등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을 정확히 투여해 염증을 없애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전립선암 구강암 신장암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약물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연구를 총괄한 유 상무는 "바이오기술의 핵심은 신약개발"이라며 "우리도 신약개발의 결실이 나오고 있는 만큼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상무는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지난 81년부터 동화약품에 입사,중앙연구소 책임연구원과 수석연구원을 거쳤다. (031)445-2485 김남국.김형호 기자 nkkim@hankyung.com --------------------------------------------------------------- [ 수상 소감 ] 이런 큰 상을 받아 커다란 영광으로 생각한다. 지난 87년 물질특허가 개방되면서 신약 개발이 절실한 과제로 등장했다. 당시 '과연 우리가 이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의문을 제기하며 미래가 암담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난관을 뚫고 지난 99년 선경제약이 항암제 '선플라'를 개발한 이래 대웅제약이 'EGF'를 개발하고 우리가 간암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인 '밀리칸주'를 개발함으로써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신약개발국가로 진입하게 된 것 같아 매우 기쁘다. 상당한 진척이 있었지만 아직도 선진국과의 격차는 만만치 않다. 다산기술상 대상 수상을 계기로 새 각오로 신약 연구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