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는 미국에 대한 동시다발 테러행위를규탄하는 국제사회의 비난에는 적극 동참하고 있으나 전쟁선언 자체에는 직접적인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영세 중립국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가 미국의 전쟁수행에 가담하는 것은 사실상 헌법을 위반하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에 군사적 지원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한 셈이다. 또한 유엔 회원국도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유엔안보리의 결의를 통해 걸프전때와 같이 다국적군을 구성하는 형식을 취하더라도 이에 전혀 구속을 받지 않는다. 실제로 스위스는 지난 99년부터 코소보에 150명의 병력을 파견, 유엔평화유지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나 국내법에 의해 무기소지가 금지돼왔기 때문에 오스트리아군의 보호를 받으면서 군수지원에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 5월 논란끝에 국민투표에서 근소한 표차로 해외파병 평화유지군의 무기소지를 허용하는 제안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정부.여당은 중립국의 위상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렇지만 냉전체제가 종식된 이후 유일 강대국으로서 미국의 국제적 지위가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립국 지위만을 내세우면서 강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듯한 자세를 고집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게 외교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욱이 테러용의자 2명이 지난 여름 스위스에 체류하다 취리히 공항을 경유했을뿐 아니라 비행기 납치에 사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문제의 칼을 스위스에서 구입한 사실을 밝혀진 것도 스위스의 애매한 입지를 더욱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에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자금과 관련해 말썽많은스위스 은행의 비밀계좌가 도마위에 오를 경우 미국 등 서방진영으로부터 적지않은외교적 압박과 고립에 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따라서 스위스는 이번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중립국의 위상과 테러종식지원을 분리하면서 직접적인 군사적 지원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는 나름대로 명분을 마련해 미국을 지원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 일반적이다. 미국의 보복행위가 장기화될 경우 유엔과 유럽연합(EU) 가입을 당면 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스위스의 연립정권에 적지않은 고민과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되며중립성 유지를 둘러싼 찬반 논란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