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2:24
수정2006.04.02 02:26
회계업계에서 '우먼파워'가 커지고 있다.
공인회계사(CPA) 시험에 도전하는 여성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여성 CPA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80년대까지만 해도 여성 CPA 합격자는 한자릿수에 그쳤다.
그러나 95년부터는 전체 합격자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10%를 넘어서는 등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오는 21일 CPA 2차 합격자 발표에서도 여성들의 돌풍이 거세게 불 것으로 전망된다.
회계업계에서는 공인회계사 자격증에 대한 여성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경영학을 전공하는 여학생이 늘고 있어 여성회계사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미했던 여성 회계사의 영향력도 갈수록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비약적인 성장세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등록된 여성 CPA는 모두 2백64명.
전체 5천3백10명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5%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난 95년 1.79%였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약진이다.
특히 CPA 시험에서 여성합격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95년 이후 두자릿수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합격자 5백55명중 여성이 15.5%(86명)를 차지하는 등 최근 3년간 여성 합격자 비율은 13~15%대에 이른다.
올해 1차 시험에서도 15.36%가 여성이었다.
올해부터 1천명 이상의 회계사를 선발하기 때문에 멀지않아 여성회계사 '1천명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회계법인내 위상은 아직 미미 =여성회계사가 수적으로는 크게 성장했지만 아직까지 대형 회계법인에서 파트너 지위에 오른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회계사 경력이 20년 가까이 된 여성회계사가 몇명 되지 않고 30대 초반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공인회계사회 회장인 노석미 회계사는 여성 회계사중 나름대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삼일회계법인 출신으로 지난 80년부터 회계업계에 뛰어든 베테랑이다.
그는 세무회계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여성회계사들 사이에서 '맏언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공인회계사회 평의원회의에서 여성 회계사로는 처음으로 이사로 뽑히기도 했다.
삼화회계법인의 파트너로 있는 이기화 회계사와 메트라이프 생명의 내부감사인으로 활동중인 이정선 회계사도 여성 회계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여성 회계사는 회계법인과 일반 기업은 물론 금융감독원 감사원 등에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향후 영향력 크게 확대될 듯 =회계업계 관계자들은 세무.회계업무가 정확하고 섬세한 성격을 지닌 여성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한다.
특히 세무 컨설팅 등과 같은 분야에선 여성들의 입지가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한 여성회계사는 "주요 고객인 기업들중 여성회계사를 회피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하지만 꼼꼼하게 일처리를 해내는 것을 지켜보면서 오히려 남성보다 선호하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노석미 회장은 "선진국의 경우 여성 합격자 비율이 40%에 이르고 있으며 파트너 등 회계법인의 중요한 직책을 여성이 맡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여서 여성의 회계업계 진출이 크게 늘어나겠지만 여성 회계사의 파워가 얼마나 커지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