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가 뛴다] 대구.경북 : '클린경영' 외국인 투자기업 경제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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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에 있는 대한중석초경.대한중석 시절 이곳을 둘러본 사람이라면 최근의 변화에 깜짝 놀란다.
식당 사무실 등이 일류 호텔과 맞먹는 수준으로 탈바꿈돼 있을 뿐만 아니라 최신형 기계들로 작업환경이 완전 교체돼 있기때문이다.
대한중석초경의 이같은 변화는 대한중석이 이스라엘 이스카에 인수되면서 시작됐다.
이 회사는 인수 3년만에 생산성이 60%이상 향상됐다.
세계 유수기업으로 꼽히는 이스카그룹 계열사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회사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최근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이같은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지역 산업계 전반에 새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이들은 지분이나 경영권의 인수는 물론 전략적 제휴를 확산시키면서 지역 산업계에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의 외국인 투자기업은 모두2백37개사에 이른다.
이중 대구에 69개사,경북에 1백68개사가 있다.
외국인 투자는 지난62년 구미에 일본계 자본이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60년대 3개사에 불과하던 외국인 투자기업이 70년대 27개사,80년대 57개사,90년대 1백23개 등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2000년대 들어서만도 48개 외국인 투자기업이 새로 생겼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1백18개사로 가장 많다.
미국(44),중국(14),독일(8),프랑스(7)등 모두 25개국 기업들이 투자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기계금속,섬유의류 등이다.
투자금액은 최고6억달러에서 3만3천달러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지역별로는 대구가 69개로 가장 많고 구미 49개 포항 29개 경주 20개 경산 18개 등의 순이다.
외국인 투자유치의 경우 국내 기업의 경영난을 타개하기위해 이뤄지기도 하지만 이들 외국기업의 첨단기술,마켓팅노하우 등을 공유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위한 목적이 주를 이루고 있다.
높은 외국인 지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별다른 경영간섭없이 독자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회사가 어려울 경우 외국 파트너측에서 판매망을 알선해 주는 등의 도움을 주는 경우도 많다.
달성군 논공공단에 입주한 자동차부품업체인 남양금속의 경우 일본계 지분이 68%에 이르지만 일본계 상주 임원없이 독자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적자경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일본측에서 해외수주 활동을 적극 도와주고 있다.
IMF파고를 넘지 못해 독일계 회사로 경영권이 넘어간 마사한덕도 독일에서 경영진이 파견됐으나 1년도 못돼 철수하고 한국인이 경영을 전담하고 있다.
이 회사는 주력 생산품이 벽돌성형기인데 주문이 대부분 독일에서 오고 있다.
독일측 파트너의 지원덕분이다.
회사는 밀려드는 주문량을 소화하느라 야근까지 불사하며 풀가동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가 없었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외국인 투자기업들은 경영방식에서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된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와 회계의 투명성,그리고 영어 등 외국어 바람이다.
대한중석초경의 경우 공장의 기존 설비 대부분을 철거하고 최신 설비로 바꿨다.
생산기술도 세계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마사한덕의 경우도 대대적인 설비교체와 함께 독일식 생산방식이 도입됐다.
사무실의 관리 인원을 최소화했다.
3년만에 종업원 1인당 생산성이 2배 증가한 것은 물론 월급도 당연히 올랐다.
외국인회사의 경우 가장 중시하는 것이 재무회계의 투명성이다.
심한 경우 매월 한번씩 회계감사를 받는다.
영어를 중심으로 한 외국어 교육에 대해서도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영어 교육시스템을 도입하고 있고 학원수강료를 지원하고 있다.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 생산과 마켓팅에서 상호공조하는 사례도 최근 크게 늘고 있다.
LG필립스LCD의 경우 LG와 필립스의 생산력과 판매망을 통해 큰 이득을 얻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99년9월 합작 이후 매출이 급신장했다.
합작이 성공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LG전자와 필립스는 CRT(브라운관)부문도 합작키로 하고 지난8월 LG필립스디스플레이를 새로 출범시켰다.
전자화폐를 생산하는 벤처기업인 아이씨코리아의 경우도 지분 1%를 유럽과 미국의 3개사에 분산 매각했다.
이 회사의 김남주 사장은 "이들 기업들로부터 생산기술을 제공받고 유통망을 활용하는 등의 조건으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고 밝혔다.
아이씨코리아는 이들 회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내년에 1백억원정도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기업에서도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로간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가운데 노사갈등이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적잖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대한중석초경 노조는 이스카로 인수된 후 경영과 관련된 자료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회사측은 그러나 이스카그룹은 각 공장별 독립채산제로 경쟁시스템이 도입돼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외국인 투자기업의 의사결정이 본사 우선 원칙에 따라 이뤄지면서 내국인 경영진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최근 한국전기초자 서두칠 사장과 아사히글라스간의 마찰로 서 사장이 사표를 낸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서 사장은 "외투기업의 경우 결국 본사의 이익을 최우선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