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 참사가 발생하기 직전 수일 동안 미국 주요 항공사 및 투자은행들의 풋옵션거래(주가하락시 이익을 보는 거래형태)가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번 테러 사건 배후 세력들이 사전 정보를 이용한 금융거래로 엄청난 이익을 거뒀을 것이라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비롯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세계 각국 금융당국들은 테러 전 발생한 '이상거래'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풋옵션 이상 거래급증=1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항공,모건스탠리와 메릴린치의 풋옵션 거래가 테러사건이 발생한 11일 이전 며칠동안 두드러지게 급증했다. 아메리칸항공의 주가가 10월20일 전에 30달러 밑으로 떨어질 경우 차익이 생기는 풋옵션의 거래량은 사건 발생 전날 1천5백35계약(1계약=1백주)으로 평균보다 5배나 많았다. 아메리칸항공의 17일 종가는 18달러로 전날에 비해 11.70달러 떨어졌으며 10월물 풋옵션가격은 지난 11일 2.20달러에서 10.50달러로 치솟았다. 유나이티드항공 10월물 풋옵션 거래도 사건 발생 사흘 전에 2천계약이 매매돼 평균보다 8배나 많았다. 이 회사의 17일 종가는 13.32달러 떨어진 17.50달러였으며 10월물 풋옵션 가격은 90센트에서 12달러로 급등한 상태. 모건스탠리 10월물 풋옵션의 경우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2천1백57계약,메릴린치 10월물 풋옵션도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1만2천2백15계약이 성사돼 평소보다 각각 27배,12배씩 더 거래됐다. ◇커지는 '테러재테크' 의혹=이들 4개 회사는 공교롭게도 이번 테러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업체들이다.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은 테러범들이 이들 회사의 여객기를 납치,폭파해 타격을 입은 당사자들이다. 모건스탠리는 세계무역센터(WTC) 건물의 22개 층을 임대하고 있었고 메릴린치 건물은 WTC에 인접해 있다. 컬럼비아대학 존 커피 교수는 "주요 피해업체들의 풋옵션 이상급증 거래는 테러 관련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던 세력이 개입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이번 테러참사가 미국 증시에서는 예고됐던 셈이다. 유럽에서도 뮌헨레이와 스위스레이 및 프랑스의 AXA 등 3개 대형 재보험회사들의 주가가 테러 발생전 수일 동안 뚜렷한 이유없이 대량 거래를 수반하며 급락,테러 세력들의 '공매'(Short Selling)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테러세력 시장개입 수사공조=테러조직의 시장개입 의혹이 확산되면서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의 금융당국과 정보기관들이 일제히 조사에 나섰다. 미국 SEC의 하비 피트 위원장은 "테러와 연관이 있을 수 있는 다양한 시장행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독일 이탈리아 당국은 유럽 대형 보험사 주식을 둘러싼 수상한 거래를 추적하기 위해 공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안토니오 마르티노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테러 조직이 국제금융시장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이번 테러를 조종한 세력이 사전 정보를 통해 금융시장에서 막대한 이득을 취한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