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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코너] 시카고의 잠못 이룬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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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발 호텔 밖으로 나가게 해주시오.비행기가 언제 다시 뜰지 모르고 짐은 공항에 묶여 있는데 속옷이라도 사야 될 것 아닙니까" "미안합니다. 절대 안됩니다. 미국 비자가 없기 때문에 호텔 밖으로 한발짝도 나갈 수 없습니다" 연쇄 테러가 미국을 강타한 지난 11일(미국 시간)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 부근의 한 호텔.홍콩 학생과 미국 INS(이민국·Immigration & Naturalization Service) 직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캐나다 토론토 여행을 다녀온 그 학생은 유나이티드 항공기를 타고 시카고를 거쳐 홍콩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오헤어 공항에서 갈아탈 비행기를 기다리던 도중 테러참사가 발생하는 바람에 발이 묶여버린 것.시카고의 주요 빌딩과 공항도 테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소식에 공항 소개(疏開)령이 떨어졌다. INS는 그를 포함해 미국 비자가 없는 '무비자 여행자(TWOV)' 7∼8명을 유나이티드 항공사가 제공한 호텔에 집단 투숙시켰다. 그날부터 국제선 운항이 재개된 14일까지 무비자 여행자들과 INS 직원 간에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INS 직원들은 이들을 밀착 감시하며 주기적으로 신병을 체크했다. 심지어 매일 새벽 6시에 방으로 전화를 걸어 본인 여부를 확인했다. 외출도 금지했다. 공항에 짐을 남겨둔 여행자들은 쇼핑도 할 수 없어 3일동안 속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초췌한 모습으로 지내야 했다. 하지만 INS 직원들은 상부 지시가 없다며 이들의 외출 요구를 묵살했다. INS의 무소불위식 업무처리는 국제선 운항 재개 후에도 계속됐다. 무비자 여행자들을 우선 출국시키기 위해 이들의 좌석부터 챙긴 것.이로 인해 일행과 함께 여행하던 무비자 여행자들의 상당수가 친구들과 헤어지게 됐다. 심지어 한 한국인 승객은 비자 없는 친구가 자신의 짐과 함께 먼저 떠나는 바람에 다른 항공편으로 귀국한 후 인천공항에서 짐을 찾아 헤매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테러 참사로 예민해진 미 당국의 심사를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외국인들의 인권은 깔아뭉개도 괜찮다는 식의 '미국식 오만'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시카고=정한영 경제부 기자 c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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